경제기획원이 만들어질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장관급인 경제기획원 원장에게 내각수반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을 때 1순위로 그 권한을 대행할 수 있게 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경제기획원장은 경제부처를 통솔하면서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다.
1963년 취임한 전 박정희 대통령은 첫 내각을 조각하면서 경제기획원 원장을 공식적으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경제 부총리)'으로 격상시켰다. 국가적인 핵심 과제인 경제개발 계획을 주도하던 경제기획원에 한껏 무게를 더해준 것이었다.
첫 경제부총리로는 김유택(金裕澤) 초대 경제기획원 원장이 임명됐다.<사진>(64년도 잉여농산물협정에 서명하는 김 부총리와 버거 주한미대사) 김 전 부총리는 1911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일본 강점기 때 경성상고와 일본 규슈(九州)대를 졸업하고 해방 후에 조선은행 등에서 일하다 1951년 한국은행 2대 총재에 올랐었다. 이후 주영국대사, 재무부 장관 등을 거쳐 경제 부총리에까지 오른 것이다. 김 전 부총리는 5개월 만인 1964년 부총리에서 물러났고, 6·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 전 부총리 이후에는 장기영·김학렬·남덕우 등 총 22명의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31년간 한국의 경제 개발을 주도했다.
1994년 김영삼 정부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재정경제원으로 통합했다. 이에 따라 경제 부총리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 자리는 홍재형 전 부총리 등 5명이 거쳐 갔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경제 부총리는 폐지됐다. 위기의 책임을 물어 재정경제원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고 장관급 부처로 강등시킨 것이다.
하지만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 부총리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란 이름으로 부활했고, 진념 전 부총리 등 6명이 이 자리를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쳐 기획재정부를 만드는 등 정부 조직을 축소·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 부총리 제도는 폐지됐다.
역대 경제부총리 중 최장수는 1974년부터 4년3개월을 재직한 남덕우 전 부총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