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같지만 유래는 서로 달라
고양시 백석동(白石洞)과 양주시 백석읍(白石邑)은 이름은 같지만 그 유래는 서로 다른 곳이다.고양시 백석동 어린이교통공원 근처에는 높이 1.2m의 흰돌을 중심으로 실제 10개의 바위가 모여 있다. 모두 흰색 규암(硅岩)이다. 90년대 신도시가 들어선 이후에도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흰돌마을'이란 아파트단지와 백석중·고등학교, 백석역의 이름도 모두 이 돌에서 나왔다. 고양시 정동일(45) 문화재 전문위원은 "백석동은 이 돌을 중심으로 장터가 열려 번성했던 마을"이라며 "신도시 건설 발표가 나자 마을 주민들이 집회를 열어 스스로 이 돌을 지켰다"고 말했다.
백석동 주민들은 매년 4월 흰돼지를 제물 삼아 이곳에서 '흰돌도당제(都堂祭)'를 열고 있다. 흰돌도당제 보전위원회와 백석동 통장협의회를 중심으로 주민 300여명이 액운을 쫓는다는 황토를 뿌리고 흰 수건으로 돌을 닦는다. 보전위원회 황진수(55) 위원장은 "도당제는 250여년 전인 조선 정조 때부터 시작된 주민의 건강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행사"라며 "원래 살던 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하는 신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이라고 말했다. 고양시는 2007년 도당제를 향토무형문화재 제48호로 지정했다. 올해 도당제는 오는 22일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양주시 백석읍에는 이런 흰돌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해발 468m 높이의 불곡산에 오르면 넓은 들판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로 백석읍이다. 양주시 이진구(54) 문화체육과장은 "흔히 백석읍에 있는 양주산성(대모산성)의 흰돌에서 백석이란 이름이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산성에는 흰돌이 없다"며 "백석이란 이름은 큰 들판이라는 뜻의 우리말 'ㅎ·ㄴ ㄷ·ㄹ(훈민정음식 표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ㅎ·ㄴ ㄷ·ㄹ(훈민정음식 표기)'이 흔돌이 됐다가 흰돌, 곧 백석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백석읍 바로 옆에 위치한 광적면(廣積面)도 같은 뜻"이라며 "불곡산 넘어 넓게 펼쳐진 백석읍과 광적면을 보고 놀란 선조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말했다.
선조들이 놀란 이 땅에는 이제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양주시와 경기도시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은 2012년까지 모두 2000억원을 투자해 58만4000㎡(약 17만7000평) 규모의 홍죽산업단지를 이곳에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