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전례담당)
해외 유학을 마치자마자 본당 보좌 신부로 발령받았다. 사제가 돼서 첫 본당에서 일 할 때를 생각하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본당에 부임했다.
처음에는 서먹하게 느껴져 사목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우선 무엇을 하기 보다는 신자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맡은 단체에 있는 신자들과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 또 내가 바라는 것을 하나씩 적절히 안배하면서 소위 말하는 '사목'을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전례에 관심을 갖고 신자들 신심을 함양하기 위해 사순시기 십자가의 길 기도, 성시간, 성모의 밤 행사 등 신심행사 준비에 신경을 썼다.
이러한 전례 사목을 위해 '해설단' 모임에 가장 관심을 가졌다. 여러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신자들을 이끌 이들에게 목소리 높낮이와 빠름과 느림을 연습시키며 해설자의 신앙이 예식 해설에 녹아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십자가의 길 기도 역시 기존의 기도와 신자들의 묵상을 함께 연결해 각 처의 내용을 만들고, 그 처를 묵상하는 봉사자들을 따로 연습시켰다. 그렇게 전례 신심행사를 중심으로 신자들의 신심과 신앙생활을 도왔다.
또 하나는 남성 레지오 마리애 사목이었다. 우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주회 때 강복과 선서식에 참여하려 했다. 그리고 가끔 이차 주회에 참여해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이렇게 하니 점차 그들과 벽이 허물어지면서 내 의견이 반영되고, 또 그들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일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남성 레지오 단원들을 교육시켜 선교에 앞장설 수 있도록 도왔다. 우리 공동체의 신앙 지표가 바로 선교임을 강조하면서 선교를 촉구했다.
선교사인 본당사제는 사목의 주도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주도권이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본당신부의 권위를 잘 사용해야 한다. '장상'이라는 단어의 독일어 어원은 '식탁의 봉사자'라고 한다. 그래서 언제나 공동체 리더인 본당신부는 모든 사목 일에 영향력을 미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몇몇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에게 영성적으로 머물러야 한다.
본당 공동체를 평신도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조직으로 구성해 이들이 사목 현장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사목적 판단은 본당 사제가 결정한다. 그 결정을 혼자보다는 평신도와 함께 더불어 하고, 그 실현은 평신도에게 맡겨야 한다.
이와 더불어, 본당 신부는 선교활동을 지속적으로 본당 공동체 안에 실현해야 한다. 본당 공동체의 리더인 본당 신부는 선교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리더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신자들에게 참으로 신앙의 모범을 보여 주고, 선교활동에 본당이 매진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본당 공동체가 전개하는 선교 활동은 성숙한 신앙의 표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신도와 더불어 선교에 본당 조직을 체계화하는 것은 본당사제의 가장 중요한 사목 중 하나이다. 교회의 모든 조직, 운동, 본당, 사도직 사업의 효율성의 척도는 바로 선교의 성과이다.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선교사가 됨으로써만 내부의 분열이나 분쟁을 극복하고 일치와 신앙의 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교회 선교 사명」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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