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 전례 담당)
프랑스 파리에 아름답게 흐르는 센 강 중앙에 시테섬이 있다. 거기에 웅장하게 서 있는 성당이 파리대교구 주교좌성당이자 프랑스 가톨릭의 상징이며, 고딕 교회 건물의 원형인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구원 역사의 뿌리인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제자들, 초대 교부들과 성인들 상이 성당 외벽에 조각돼 있다. 내부에는 고딕 양식의 최고인 유리화가 화려함을 뽐낸다. 빛과 구원의 조화를 이루면서 성당 공간의 최대 극치를 보여준다.
이 성당은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로 알려지면서 세상 사람들 마음 속에 언젠가는 방문하고 싶은 곳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됐다. 필자는 이 성당 건물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이곳에서 일반인과 호흡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놀라운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행사 제목은 '노트르담의 역사'였다. 이 성당의 역사를 영상으로 보여 주는 것이었는데, 유료였다. 성당의 특성상 스크린을 설치할 수 없지만, 그물 망사로 된 스크린을 성당 중앙 위쪽에 설치했다. 그래서 제대 뒤에 유리화가 화면을 보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고, 중앙은 저녁 무렵에 빛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영상을 보여 주기에는 환상적이었다.
그 스크린 속에 노트르담 1000년 역사가 담겨 있었다. 성당이 설립된 경위와 보수 공사, 성당과 연관된 프랑스 역사 등이다. 보수 공사비가 없어 마음 졸일 때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성당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그 결과 많은 기부자들이 생겨 성당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인생의 의미와 그 추구, 그리고 우리 인간을 보호하시면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노트르담(성모님)의 영상으로 막을 내렸다.
거기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성당 역사를 이해하는 동시에, 성모님에 대한 묵상에 푹 빠졌다. 대성당의 신비하고 숙연한 분위기, 성모님 찬가 그리고 성당에서 흩어지는 듯한 묵상 글이 스크린을 통해 마치 천국에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분명 거기에는 미신자들도 함께 있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미신자들은 성당의 신비함과 숙연한 분위기에서 인생의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성당의 역사와 묵상 영상은 마냥 새로운 축제적 분위기만 강조하는 우리 성당과는 분명 다르게 다가왔다.
우리 성당들도 우리 가톨릭 신자들만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종교적인 것을 보여 줄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우리 인생의 이야기, 성당의 이야기, 종교의 이야기를 이렇게 시적이고 차분한 영상물로 제작해 보여준다면,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고 마음의 문을 열어 하느님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삶 안에 숨 쉬는 성당에서 우리 인간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받아 적고 우리를 지탱해 주시는 성모님과 예수님을 멋있게 그려보면 어떨까 한다. 어떻게 복음 선교를 하느냐의 문제는 시간, 장소, 문화 등의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에 언제나 현실적인 것이다. 교회 사목자들인 우리가 … 현대인에게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인 복음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을 대담스럽게 또 지혜롭게 발견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현대 복음 선교」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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