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6.25전쟁60주년

아프리카의 6·25 참전 용사 후손 돕는 화천군

namsarang 2010. 6. 3. 23:15

[사설]

아프리카의 6·25 참전 용사 후손 돕는 화천군 

강원도 화천군이 6·25전쟁 때 참전한 에티오피아 용사들의 후손 61명(초등생 21명, 중·고생 19명, 대학생 21명)에게 이번 달로 일곱 번째 장학금을 전달했다. 초등생은 매월 300비르(약 3만원), 중학생은 400비르, 고교생은 500비르씩이다. 300비르면 에티오피아에서 소득 상위 10% 안에 드는 택시기사의 한 달 수입과 비슷한 액수라고 한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때 황실근위대를 주축으로 3개 '칵뉴(Kagnew·물리치기 어려운 적을 궤멸시킨다는 뜻)' 부대 3518명을 파병했다. 이들은 강원도 일대에서 253회 전투를 벌이다 121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다쳤다. 3개 부대 가운데 가장 먼저 파병된 제1칵뉴부대 1185명은 화천 지역을 맡았고 그 중 47명이 전사했다. 이번에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제1칵뉴부대 소속 병사들의 손자·손녀들이라고 한다.

화천군은 6·25전쟁 60주년을 1년 앞둔 작년 초 화천에서 희생된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들의 후손을 돕기로 하고 예산 4000만원을 편성했다. 군청 공무원들이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용사회로부터 85가구 명부를 받아 우여곡절 끝에 61명의 후손을 찾아 작년 12월 현지 한국전참전용사회관에서 첫 장학금을 줬다. 1970년대 에티오피아 공산화 이후 6·25참전 용사들은 살던 집에서 쫓겨나며 박해를 받아 참전 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후손 찾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최근 화천군청에 "한국에서 전사하신 우리 할아버지들의 이름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60년 전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를 지켜주려고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용사들의 후손을 돕는 화천군의 보은(報恩) 정신은 보훈(報勳)의 달을 맞아 더욱 빛난다. 다만 단발성 사업으로 끝나면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못할 수가 있다. 화천군 출신 인사들과 군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