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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과 대화해 보셨나요, 놀랄 겁니다

namsarang 2010. 6. 10. 23:11

[기고]

대학생들과 대화해 보셨나요, 놀랄 겁니다

  • 류문상 호서대 교수
      ▲ 류문상 호서대 교수
요즈음 대학에서도 교수 학생 간에 대화가 적다. 치열한 취업전쟁 환경 속에 진정한 대화는 고사(枯死) 직전의 일이 된 지 오래다. 필자는 이런 실정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대학에 임용된 뒤 학생들의 개인 홈페이지를 드나들고, 최소 한달에 두어 번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수업 중에는 들을 수 없는 학생들만의 생각을 가까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취업 준비에 고생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여유를 주고, 인생사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했던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점점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학생들의 생각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꼬여 있었다. 아니면 아예 나라나 사회 문제에 대해선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다 큰 이슈가 있으면 음모론 같은 것에 쉽게 빠져든다. 가치관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같이 살아가는 나라와 사회에 대해 최소한의 공감대는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금 대학에서 그런 공감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모르겠다.

광우병 파동 때 밤마다 광화문으로 시위하러 가는 학생들과 캠퍼스 사방에 도배질된 선동 포스터를 보면서 학생들에게 필자의 미국에서의 경험 등을 얘기하며 사실이 왜곡 과장되었다고 말해주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바로 '수구꼴통' 교수가 된다. 그런 각오까지 했지만 학생들에겐 전혀 통하지 않았다. 좌절을 느꼈다. 그래도 TV가 사실을 왜곡하였기에 대학생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자위하며 넘어갔다. 그러나 지금 필자는 또 다른 사건으로 깊은 상실감을 맛보고 있는 중이다.

학생들은 천안함 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미국이 훈련 중에 쏜 걸 북한에 뒤집어씌우는 거죠." "지방선거에 이용하려고 정부가 자작극을 벌인 거라 봅니다."

그래서 필자는 "설마 선거에서 이기고자 우리 장병 46명을 죽인다는 게 상식적으로 너희는 받아들일 수 있니?"라고 물어보았다. 학생들은 "미국 쇠고기 수입해서 수백만 국민 목숨도 아랑곳 하지 않은 사람인데요 뭐." "전문가들 말을 들어봐도 사기가 분명해요. 왜 천안함 침몰 당시의 녹화 테이프를 공개하지 못하고, 선체를 인양 당시와 다르게 고쳐놓았나요? 좌초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배 밑면을 깔끔하게 해놓았다잖아요."라고 말했다. 물론 모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잘못된 얘기들이다. 그러나 많은 대학생에게는 이것이 '진실'이다.

학생들에게 현 정권이 잘못한 정책에 대해서 물어보면 답이 구체적이지 않고 관심도 적다. 무조건 싫다고 한다. 맹목적이라는 느낌이다.

필자는 프랑스에서 유학했다. 프랑스는 좌·우 국민의 성향이 분명한 곳이다. 그래도 사실은 인정하고 개인적인 판단을 한다. 우리의 경우는 사실과 관계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편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옹호하고, 자기가 싫어하는 편이면 무조건 다 못 믿고 거짓말이라는 식이다. 이런 인식이 대학생 사이에 너무도 급속히 퍼져 정보의 편식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날조된 유언비어가 판치는 인터넷이 많은 젊은이에게 중요한 정보 습득처가 되고 있다. 인터넷상의 말도 안 되는 얘기에도 혹해버리는 대학생들의 동요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

무엇보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반복되는 얘기이지만 학교가 학생 명문대 보내는 곳, 취업 준비생 육성하는 곳이어선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 같다. 국어 영어 수학이나 전공 지식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