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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뢰 추진부, 길이·모양·나사까지 '北 설계도면'과 동일

namsarang 2010. 5. 21. 18:33

['천안함 北소행' 공식 발표]

"각 분야 전문가들이 과학적 조사… 외국 조사단, 전적으로 결과 신뢰"

조사단 美대표 에클스 준장

 
민·군 합동조사단 미국 대표로 참가한 토머스 에클스 해군 준장은 이날 "국제대표단은 한국조사단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조사활동을 벌였다"며 "여러 가지 다양한 도구와 방식을 사용, 자료를 공유하면서 업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 어뢰 파편을 확인하기 전에도 지속적으로 분석을 함께했으며 이것은 여러 가지 증언과 과학적 계산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클스는 "모두 현재 조사결과에 동의했다"고 했다.

천안함 침몰사건 민군합동조사단에 미국 조사단 대표로 참여한 토머스 에클스 미 해군준장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천안함 사고원인 조사결과 발표에 참석해 “(조사 결과에) 모두 동의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조사에 참여한 외국전문가는 미국·호주·영국·스웨덴 등 4개국에서 온 24명이다. 미국이 15명, 영국이 2명, 스웨덴이 4명, 호주가 3명이었다. 전체 조사단 84명 중 30%가 넘는 인원이다.

이 중 스웨덴 조사단원들은 중립국으로 당초 결정적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천안함 사건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는데 망설이기도 했으나, 결국에는 모든 조사 결과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마쳤다. 스웨덴은 북한과 수교국으로 평양에 대사관을 둔 24개국 중 하나이자 유엔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 소속이라 조사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외국 조사단들은 과학수사·폭발유형 분석·선체구조 관리·정보분석 등 4개 분과로 나눠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각 분야에 고루 나뉘어 역량을 발휘했다. 영국에서 온 샤론 불룸은 파키스탄 부토 여사와 런던 지하철 테러 등에 대한 조사활동에 관여한 경력이 있고 150여회에 이르는 폭발사고 분석 경험을 갖고 있다.

수중 폭발 전문가인 에클스 준장을 비롯한 미국 전문가들은 과학수사에 6명, 폭발 2명, 선체구조 4명 등 각 부문에 폭넓게 참여했다. 스웨덴 대표인 위드홀름 아그네씨는 예비역 중령으로 선체구조 쪽에 집중했다.

천안함 침몰사건의 원인을 조사해온 민군 합동조사단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조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합조단 공동단장을 맡은 윤덕용 KAIST 명예교수, 공동단장 박정이 합참 전력발전본부장(육군중장), 정보분석팀장 황원동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장(공군중장), 미국 조사단 대표 토머스 에클스 미 해군준장, 호주 대표 안토니 파웰 해군중령, 영국 대표 데이비드 맨리 해난사고 전문가, 스웨덴 대표 위드홀름 아그네 예비역 중령.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이날 발표장에는 24명 중 에클스 준장과 미국 해군 콕스 제독(정보팀), 영국 데이비드 맨리 대표, 스웨덴 아그네 대표, 호주 안토니 파웰 해군 중령 등 5명만 배석했다.

합조단 관계자는 "외국 조사단이 전적으로 조사 내용을 신뢰했고, 미군의 경우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정보·첩보를 다 전달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며 "외국 조사단은 인근 미군 평택 기지(캠프 험프리)에 머물면서 열정적으로 조사 업무에 몰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사를 시작하면서 발표할 때까지만 함께한다는 MOU(양해각서)를 체결, 이날로 활동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들에게 그동안 노고를 치하하는 감사패를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어뢰 프로펠러… 화약 흔적… 합금 파편… '北의 지문(指紋)' 선명

정부 "천안함, 북한 어뢰에 의해 침몰"… 결정적 물증은
발견된 프로펠러 재질 北 훈련용 어뢰와 비슷
연돌 등서 수거된 화약 공산권에서 주로 사용… 각종 정황증거도 뒷받침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는 북한 스타일의 일련번호가 찍혀 있는 온전한 어뢰 프로펠러(추진장치) 발견 등 예상 밖의 성과에 따라 원인이 북한 어뢰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조사 발표문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20일 공개될 조사 결과 발표문에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 북 잠수정의 근접타격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직접적인 표현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천안함을 침몰시킨 수중 무기가 어뢰인 것은 확인됐으나 북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아 각종 정황증거를 포함시켜야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2~3일 전부터 북한의 소행임이 물증을 통해서도 확인됐다는 얘기가 조사단 및 군 안팎에서 나왔으며, 이명박 대통령도 18일 오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북한 소행임이 확실하게 드러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지를 누르면 큰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그래픽=유재일 기자 jae0903@chosun.com
이런 사태 진전에는 지난 주말 온전한 어뢰 프로펠러가 발견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뢰 프로펠러는 어뢰를 앞으로 나가게 하는 추진장치로, 작은 프로펠러 2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프로펠러 1개만 회전하면 어뢰가 똑바로 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프로펠러 부분은 폭발하는 어뢰 탄두와 떨어져 맨 뒷부분에 있기 때문에 폭발 후에도 파편이 남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 수역의 조류가 빨라 설사 프로펠러 파편이 있더라도 멀리 휩쓸려 갔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 밖에 프로펠러가 파편이 아닌 온전한 형태로, 그것도 북한 식(式) 일련번호가 찍힌 상태로 천안함 함미가 침몰해 있던 해저 인근에서 발견된 것이다.

합동조사단은 이번에 발견된 프로펠러 재질도 7년 전 우리 해역에서 발견된 북한의 훈련용 경(輕)어뢰 프로펠러와 비교한 결과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질은 중국이나 구소련 등 공산권에서 사용한 것과 유사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천안함 연돌과 해저에서 수거된 화약 성분 중에 서방세계가 아닌 공산권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황산염)과 어뢰에 많이 사용되는 고성능 폭약 RDX가 발견된 점 등도 북한 어뢰일 가능성을 높여주는 증거다. 일부 소식통은 천안함에서 발견된 화약흔과 7년 전 수거된 북한제 훈련용 경어뢰 추진제의 일부 성분이 비슷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천안함 절단면과 해저 등에서 발견된 특이한 성분의 알루미늄 합금 파편들도 어뢰일 가능성을 높여준 증거물이다.

소식통들은 각종 정황증거와 인간정보를 통해서도 북한의 소행이 확인됐다고 말한다. 한미 정보당국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월 26일을 전후해 백령도에서 80여㎞가량 떨어진 비파곶 잠수함기지를 떠난 북한 상어급 잠수함(325t급) 1척의 행방이 한때 묘연했던 것을 비롯, 유고급 잠수정(85t급) 등의 특이동향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은 북한의 잠수정이나 소형 잠수함이 서해 공해상을 크게 우회해 백령도 서쪽으로 침투, 천안함 왼쪽에서 2~3㎞ 이상 떨어진 수중에서 어뢰 공격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북 정보당국은 또 통신감청·인간정보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을 지난해 출범한 북한의 대남공작 총책임 기구인 정찰총국 ○국○처에서 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컴퓨터를 동원한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도 천안함이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했음을 입증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시뮬레이션 결과 천안함은 250kg 안팎의 탄두를 가진 음향추적 중어뢰가 가스터빈실 선체 아래 3m가량의 수중에서 폭발해 두 동강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합조단 조사 결과에 대해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 조사단원들도 대부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안함 선체 곳곳서 수거한 산

화물 어뢰 프로펠러에 묻은 것과 "일치

양쪽의 알루미늄 산화물 분석하니 똑같이 갑자기 식은 '비결정' 상태
한달~한달 반 바닷물 속 잠겼던 선체·어뢰부품 부식 정도도 비슷

민·군 합동조사단의 20일 발표는 천안함 침몰 해역에서 발견된 '어뢰 프로펠러'를 바탕으로 '천안함이 북(北) 어뢰에 격침됐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문제의 어뢰 프로펠러가 '북 어뢰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 못지않게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다.

침몰 해역에서 나온 어뢰 부품이 북의 것이 맞는다 할지라도 천안함 침몰과 연결짓지 못한다면 '천안함 사건과 무관한 북 어뢰 부품이 우연히 해역으로 흘러 왔거나 북에 뒤집어씌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져다 놓은 것 아니냐'는 반론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합조단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의 부품이 확실하다"며 두 가지 물증을 제시했다.

우선 인양된 천안함 선체 곳곳에서 채취된 알루미늄산화물이 어뢰 부품에 묻어 있는 알루미늄산화물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언론에 공개된 천안함 선체 곳곳에는 흰색 분말(알루미늄산화물)이 묻어 있었는데, 그와 똑같은 성분이 어뢰 프로펠러 등에서도 발견됐다는 것이다.

20일 국방부가 공개한 북한 어뢰의 프로펠러(위쪽)와 천안함 갑판 위 연돌(연통) 사진. 국방부는 이날“천안함 연돌과 수거한 어뢰 프로펠러에서 모두 하얀색 분말(폭발 잔유물인 알루미늄 산화물·사진 점선부분)이 검출됐는데 같은 물질로 판명이 났다”며“천안함 선체와 인양된 어뢰 추진체의 부식 상태도 같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국방부 제공
어뢰의 폭발 물질은 TNT와 RDX, 알루미늄 파우더 등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이중 알루미늄 파우더는 어뢰의 폭발력을 크게 높이기 위해 20~30% 정도의 비율로 섞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덕용 공동조사단장은 "최근 어뢰 폭약으로 알루미늄 파우더가 20~30% 쓰이고 있는데 이는 어뢰의 폭발 위력을 크게 증가시키는 데, 특히 버블을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파우더는 어뢰가 폭발하는 순간 산소와 결합하면서 '알루미늄산화물'로 바뀐다. 이번에 합조단이 천안함 선체와 어뢰 부품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알루미늄산화물이다. 합조단 관계자는 "알루미늄산화물이 발견된 곳은 천안함의 경우 연돌과 절단면 등 모두 8곳이었으며 어뢰 부품의 경우 프로펠러 등 2곳이었다"고 말했다.

천안함 선체와 어뢰 부품에서 발견된 알루미늄산화물이 똑같이 '비결정' 상태인 점도 이 알루미늄 성분이 한 어뢰에서 나온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즉 양쪽에서 발견된 알루미늄산화물의 분자구조를 분석해보니 '알루미늄'과 '산소'가 불규칙하거나 무질서하게 배열돼 있는 비결정 상태였다는 것이다. 구양모 포항공대 철강대학원 교수는 "알루미늄산화물은 고온에서 갑자기 식을 때 비결정 상태가 된다"면서 "이번 천안함 폭발 때 사용된 알루미늄산화물도 차가운 바닷물에 접촉하면서 갑자기 식어 비결정 상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안함 선체와 어뢰 부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흑연' 성분도 증거로 제시됐다. 폭발 물질에 포함돼 있는 탄소(C) 성분은 고온·고압 상태에서 흑연으로 바뀌는데 이 흑연 성분이 천안함 선체와 어뢰 부품에서 똑같이 검출돼 수중폭발에 따라 생성됐다는 것이다.

천안함 선체와 어뢰 부품의 부식 정도도 상당히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천안함과 어뢰 부품이 같은 시기에 바닷물 속에 잠겼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우리측이 의도적으로 사건 현장에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니란 것이다. 합조단 관계자는 "천안함 함수는 사건 발생 뒤 한 달, 어뢰 부품은 한 달 반 정도 바다 속에 잠겨 있었는데, 양쪽의 부식 정도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어뢰 추진부, 길이·모양·나사까지 '北 설계도면'과 동일

 

'발견된 어뢰는 북한製' 어떻게 확인했나
北 무기 카탈로그엔… 이란·남미 등에 수출하려 구체적인 설계도면 포함
버블제트 일으킨 중어뢰… 소리 따라가 폭발 '음향 어뢰' TNT보다 강한 고성능 탄두
北, 어떻게 만들었나… 구 소련제나 中어뢰 토대, 수출용으로 '개량' 가능성

합조단이 천안함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했음을 확인하는 데엔 지난 15일 인양된 북 어뢰 추진부와 함께 북한의 수출용 무기소개 책자(카탈로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개의 프로펠러를 비롯, 추진모터와 조종장치 등을 북한이 해외로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만든 어뢰 소개책자와 비교해본 결과 똑같은 크기와 규격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 소개책자가 없었더라면 어뢰 추진부라는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물)이 발견됐음에도, 이 어뢰가 북한 것인지를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합조단이 소개책자에 있던 설계도면과 이번에 인양된 추진부를 비교한 결과 주요 부분이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쌍끌이 어선에 의해 수거된 추진부의 길이(1.2m), 프로펠러 길이(19㎝) 및 모양(5개 날개가 달린 순회전·역회전 프로펠러), 추진후부-프로펠러 길이(33.3㎝), 직사각형 방향키, 고정나사 등이 설계도면과 일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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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는 똑같은 어뢰가 아니면 나타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미국·러시아·중국·독일·영국·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만든 어뢰는 외형이나 내부구조에 차이가 있어 주요 부분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형(型)의 어뢰라도 부품의 세부 크기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합조단은 이번에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가 수출용인 CHT-02D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를 확인하는 데에는 설계도면이 큰 역할을 했다. 일반적인 무기소개 책자엔 대략적인 제원만 포함돼 있기 때문에 소개책자에 구체적인 설계도면까지 포함돼 있다는 데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민군 합동조사단의 황원동(공군중장·국방정보본부장) 정보분석팀장은 이에 대해 "출처 보호와 보안상 입수 경위를 소상히 설명할 수 없지만 제원과 특성, 상세한 설계도면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일반적인 홍보용 소개책자가 아니라 정부 간 또는 업체 간에 비공개를 전제로 제공되는 상세 소개자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때문에 북한이 남미 또는 중동 국가 등에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제공한 비공개 자료를 우리 정보 당국이 우방국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입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 발표에서 민군 합동조사단 윤종성 과학수사분과장(육군준장)이 사건 해역에서 수거한 어뢰 프로펠러(사진 아래) 등이 북한의 수출용 무기책자에 소개된 ‘CHT-02D’ 어뢰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을 군 당국이 확보한 설계도면과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이와 관련해 북-이란 커넥션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130t급)은 북한이 이란에 수출한 가디르급과 같은 유형의 함정이어서 이 어뢰도 이란 등에 수출이 추진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정이다.

CHT-02D 어뢰는 음향 항적(航跡) 및 음향 수동추적 방식을 사용하는 수동식 음향 어뢰로 이번에 처음으로 존재가 알려졌다. 목표 함정에서 나오는 기관·스크루 소리를 따라가 목표지점에서 폭발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사건 당시 가동 중이던 천안함의 디젤 엔진 인근에서 어뢰가 폭발한 것도 천안함을 침몰시킨 것이 음향추적 어뢰였음을 입증하는 증거 중 하나다.

이 어뢰는 길이 7m가 넘고 폭발 장약이 250kg에 달해 중(重)어뢰에 속한다. 널리 사용되는 폭약인 TNT를 기준으로 250kg의 탄두중량이어도 천안함 같은 함정을 두 동강 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CHT-02D는 이보다 강력한 고성능 폭약을 장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북한이 구 소련제 ET-80A 또는 중국제 음향감응식 어뢰인 '어(魚)-3G' 등을 토대로 자체 개량해 수출용으로 CHT-02D를 개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과거 중국이나 구소련으로부터 기술이전이나 설계도면을 받아 만들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北 연어급 잠수정, 공격 이틀 전 사라졌다 이틀 후 나타나

北, 어떻게 침투해 공격했나
母船과 비파곶 기지 떠나 공해상 'ㄷ字'로 우회… 하루쯤 목표 기다려 백령도 서쪽에서 쏜 듯

천안함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어떻게 이 잠수정이 천안함을 공격했는지가 관심이다.

합조단은 연어급 잠수정과 이를 지원하는 모선(母船)이 천안함 공격 2~3일 전 서해 해군 기지를 이탈했다가 천안함 공격 2~3일 후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연어급 잠수정은 지난 3월 23일 백령도에서 80여㎞ 떨어진 황해남도 비파곶 잠수함 기지를 모선과 함께 출항, 한·미 정보 당국의 감시를 피해 이동했다. 모선은 이 잠수정에 각종 지원을 하고 잠수정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 대비해 함께 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해상으로 'ㄷ'자형으로 우회해 25일 오후 백령도 서쪽 해저에 도착한 이 잠수정은 수중에서 하루가량 공격 목표를 기다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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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밤 천안함을 발견한 북 잠수정은 천안함 왼쪽으로 3㎞쯤 떨어진 해저의 수중 10m쯤 깊이에서 잠망경으로 천안함 움직임을 확인한 뒤 CHT-02D 어뢰를 발사한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당시 천안함은 수심 30~40m의 해역에 있었지만 북 잠수정은 먼바다 쪽 수심 40~50m 이상 되는 수역에 있어서 어뢰 발사에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군 소식통은 "북 잠수정이 천안함을 공격한 26일 밤 9시 22분은 조류의 흐름이 느린 정조시간대로 공격에 용이한 시간대를 노려 공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 잠수정은 천안함을 공격한 뒤 28일 오후 비파곶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어급 잠수정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130t급으로 상어급 소형 잠수함(325t급)과 유고급 잠수정(85t급)의 중간쯤 된다. 민·군 합동조사팀의 황원동 정보분석팀장(공군 중장·국방정보본부장)은 "연어급 잠수정은 상어급 잠수함과 유사하며 최근 수출용으로 건조해 야간 투시 장비 등 고성능 장비를 구비했고, 선체 은밀성(스텔스성)을 위해 특별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 전문가들은 이 잠수정이 북한이 이란에 3척을 수출한 가디르급과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군 당국은 북한 상어급 소형 잠수함의 공격을 의심했었고 연어급 잠수정의 동향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각종 정보를 역추적해 분석한 결과 상어급이 아니라 연어급이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손기화 합조단 정보분석분과장은 "이번 사건 2~3일을 전후해 북한군 잠수함·정 두척이 기지를 이탈했고 저희가 식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서 특별히 정보 판단이 달라질 것은 없지만 더 보완할 것은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대(對)잠수함 음향탐지장비(소나)를 갖고 있는 천안함이 왜 북 잠수정의 움직임이나 어뢰 발사를 탐지하지 못했는지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천안함의 소나는 구형이어서 탐지 거리 등이 제한되고 멀리서 어뢰가 발사됐기 때문에 탐지를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복잡한 해저 환경을 감안할 때 북 잠수정 등이 사전에 여러 차례 백령도 해역에서 침투 및 정찰활동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황 중장은 "북한이 침몰 해상을 사전 정찰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침몰 해상과 유사한 북한 해저에서 사전 훈련을 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해역에서 수거한 어뢰 공개

김 국방 "북 검열단 파견, 강도나 살인범이 현장 검열하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