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에 왔던 에드워드 슐츠 하와이대 교수는 "1910년 일본의 한국 병탄은 '불법적'이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하와이 병합과 닮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통령 사과를 통해 화해의 첫걸음을 내디뎠는데 왜 일본은 한국 강제 병합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못하느냐"고 했다.
▶어제 서울과 도쿄에서 나온 '한국병합 100년에 즈음한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은 "(한일병합조약은) 전문(前文)도 거짓이고 본문도 거짓"이라고 선언했다. "조약 체결의 절차와 형식에 중대한 결점과 결함이 보이는 불의부정(不義不正)한 행위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죄는 용서를 빌지 않으면 안 되고, 용서는 베풀어져야 한다. 고통은 치유돼야 하고 손해는 갚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성명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세대와 이념 차이를 넘어 각각 100명씩 문인·학자·법조인·언론인이 참여했다. 일제의 한국 병탄 100년 되는 해에 일본 지식인들이 이 정도로 진솔하게 속마음을 내보였다는 건 뜻깊다. 이제 공은 일본 정부와 의회에 넘어갔다. 지식인들의 정직한 과거사 인식에 바탕해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하고 한·일 간에 화해와 우호의 100년을 열어가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