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1월 28일 오후 3시 전북 부안군 변산면 바닷가. 늦가을 햇살 아래 갯마을 대항리의 언덕에 2800여 인파가 운집했다. 대통령 등 주요 인사 16명이 나란히 서 발파단추를 눌렀다. 폭음과 함께 바다 위에 오색 구름이 피어올랐다. 수백 발의 폭죽과 수많은 풍선들이 하늘을 뒤덮었다. 새만금사업을 기공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현장에서 "우리 역사상 최대의 국토개발사업으로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의 현장"이라며 "새 국토 위에 산업과 농수산업, 도시와 농어촌이 조화를 이루는 살기 좋은 고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잠룡(潛龍)으로 일컬어 온 이 고장은 이 대역사(役事)를 계기로 잠에서 깨어 서해안시대와 함께 웅비하면서 21세기 번영을 기약하는 땅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글로벌 녹색성장 '잠룡의 웅비'
그로부터 18년 5개월을 맞는 2010년 4월 27일. 대항리에서 둑으로 13.6㎞를 달려 건너편 신시도에서 새만금의 도약을 알리는 행사가 열린다. 비바람과 파도 속에 세계에서 가장 긴 33㎞ 방조제가 완성돼, 장쾌하고 웅대한 면모를 국민에게 안긴다. 새만금이 외곽 공사를 끝내 '동북아 경제중심', '글로벌 녹색성장기지'로의 꿈을 향해 비상(飛翔)을 선언하는 것이다.
- ▲ 공중에서 내려다본 새만금 방조제 가력 갑문 구간. 갑문 위로 멀리 변산 쪽으로 뻗어 있는 게 1호 방조제이고, 아랫쪽이 2호 방조제다. 썰물을 맞아 바닷물이 외해(外海)로 흐르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는 27일 준공식을 갖는다. 착공 18년5개월 만에 이룬 대역사(大役事)다. /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방조제는 결집된 대한민국 국력과 기술의 대역사로 '바다의 만리장성'으로도 불린다. 군산~부안 바다를 서해로부터 갈라 국토에 편입시키면서 두 곳 통행시간을 20분대로 줄였다.
방조제는 평균 바닥너비 290m, 높이 36m로 바다 위 8.5~11m 높이로 솟았다. 방조제에 쏟은 돌과 바닷모래는 1억3000만㎥. 경부고속도로(418㎞) 4차로를 13m 높이로 쌓을 수 있다. 2006년 끝막이가 가장 큰 난공사였다. 최고 유속 초당 7m의 병목에서 한 달 간 밤낮 없이 돌과 모래를 퍼부어 둑을 전진시켰다. 신시(368m)-가력(288m)배수갑문 축조도 대형 공사였다. 각 10쌍의 수문 중 바다 쪽 쇠문짝은 폭 30m, 높이 15m에 무게 484t에 이른다.
◆군산-부안 통행 20분대 단축
방조제 완성과 함께 상부에 4차로, 안쪽 호안에 2차로가 열렸다. 도로는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 기상정보를 센서로 감지, 전광판에 내보내면서 안개와 강풍, 노면결빙 때는 통행을 제한한다.
두 갑문에선 초당 최대 1만5862㎥의 물이 드나든다. 새만금은 내부 수질이 좋아질 때까지 바닷물을 드나들게 한다. 미래 담수호는 해면보다 평균 1.5m 낮은 수위로 관리되면서 도시·산업 용수를 공급한다. 정부는 이곳 담수를 뱃놀이 등 친수(親水)활동이 가능한 수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2006년 끝막이를 했던 2호 방조제(가력도~신시도) 바깥 바다는 수심 25m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30만t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다. 정부는 이곳에 우선 2020년까지 3~4선석(船席)의 신항을 조성키로 했다. 1호 방조제(가력도~대항리 4.7㎞)는 1998년 가장 먼저 완성됐으나 안쪽 호안에 난 도로를 정상부로 높이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산업용지 하반기 첫 선분양
정부는 새만금 내부 땅들을 8개 용도로 활용하되, 동진 수역 67.3㎢에 국제업무·산업·물류·관광레저 등 기능을 복합한 명품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 도시 조성 등 5개 선도 과제로 내부개발을 견인키로 했다.
내부개발은 이미 방조제 진입부 양편에서 작년부터 진행 중이다. 군장산업단지 옆 산업용지와 대항리 앞 '게이트웨이'다. 산업용지는 첫 공구 매립이 90% 진행돼 2012년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반기 선분양하고. 게이트웨이는 3호방조제(신시~야미도) 안쪽 다기능부지와 함께 관광휴양시설을 갖춘다.
새만금 안쪽은 방조제 끝막이로 수위가 낮아져 108㎢가 땅을 드러냈다. 정부는 연내 이 땅을 호수와 분리하는 방수제(防水堤) 축조에 나선다. 2020년까지 수출화훼단지 등 고부가가치 농업용지와 농촌도시로 만든다. 정부는 내부개발에 21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가운데 기반시설비-수질개선비를 제외하고 용지조성비 13조원은 민자로 조달할 계획이다. 정부는 투자유치를 위해 항만-고속도로 등 인프라를 적기에 갖추면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땅값도 낮춘다고 밝혔다.
◆9월까지 수질대책 마련
새만금의 성패는 수질개선에 달렸다. 왕궁축산단지가 가장 큰 난제다. 300농가의 돼지 12만 마리가 매일 배출하는 분뇨 1000여t이 제대로 정화되지 않고 만경강에 흘러든다. 단지 이전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으나 부지매입에 2000억원 이상 소요될 사업에 농식품·환경·보건복지부와 전북도 가운데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정부는 이곳을 포함해 새만금 전체의 수질개선 대책을 오는 9월까지 마련하겠다고 했다.
방조제는 27일 오후 준공식을 갖는다. 정부와 전북도, 한국농어촌공사는 국민과 함께 새만금의 도약을 염원하는 '깃발축제'를 펼친다. 정부는 새만금 개발을 2030년 끝내기로 했다.
내부개발 개요
- ▲ 새만금 종합실천 조감도. / 총리실 제공
―면적: 401㎢(땅283㎢, 호수118㎢)
―단계개발: 2020년까지 71.4%, 이후 28.6%
―용도: 명품복합도시(23.8%), 농업용지(30.3%), 산업·과학연구·신재생에너지용지(21.9%), 도시(5.1%), 생태환경용지(15%) 등
―사업비: 민자포함 20.8조원(기반시설 4.8조원, 수질개선 3조원, 용지조성 13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