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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해마다 집 고쳐주던 그 착한 군인들이…"

namsarang 2010. 4. 3. 16:52

[천안함 침몰] [구조 현장]

"해마다 집 고쳐주던 그 착한 군인들이…"

                                                                                                                                                                     평택=이영민 기자 ymlee@chosun.com

                                                                                                                                                                     박진영 기자 jyp@chosun.com

 

천안함 승조원들 선행 뒤늦게 알려져
10년간 천안지역 소년소녀가장 돕기도… 실종 강준 중사, 매달 어린이재단 기부

"정말 그분들이에요? '올해는 뭘 부탁할까'하면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이구."

2일 경기도 화성군의 노인요양원 '에덴의 집' 홍명자(67) 원장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2년 전부터 매년 여름 에덴의 집을 찾아와 시설을 고쳐주던 군인들이 지난 26일 백령도 인근 바다에서 침몰한 천안함 승조원들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이다.

천안함과 에덴의 집의 인연은 2008년 5월부터 이어졌다. 요양원에 전화 한 통화가 걸려왔다. "해군 2함대사령부입니다. 뭐 도와드릴 거 없습니까." 홍 원장은 "(식자재) 창고에 물이 샌다"고 했고, 6월 초에 군용차가 자재를 싣고 찾아왔다. 군인들 15명은 인사를 마치자마자 뚝딱뚝딱 지붕을 고쳤다. 군인들이 슬레이트 지붕을 떼어내고 판자를 덧대며 작업을 끝내자 지붕은 금세 새 지붕이 됐다. 홍 원장은 "군인들은 신세는 못 진다고 도시락도 직접 싸왔다"며 "내 일도 아닌데 옷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일하던 청년들이었다"고 기억했다.

해군 2함대 천안함 소속 장병들은 지난 2008년과 2009년 여름 경기도 화성‘에덴의 집’에서 지붕 고치기 봉사활 동을 해왔다. 장병들이 남기고 간 집주소 등 메모(사진 위)와 깔끔하게 고친‘에덴의 집’창고 지붕(아래). / 신수연 기자
씩씩하게 경례를 하고 돌아갔던 군인들은 이듬해 6월에도 찾아왔다. 이번에는 창고 옆에 물받이를 만들어 줬다. 큰비가 오면 지붕이 버텨낼까 걱정이었지만, 인건비 때문에 엄두도 못 냈던 터였다. 군인들 덕분에 에덴의 집 9명 식구들은 여름철 집중호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홍 원장은 "고생한 군인들 이름도 못 물어봤고 나중에 편지라도 쓰려고 받아놓은 주소만 있다"며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빛바랜 메모지에는 해군 2함대사령부 주소와 '천안함장(중령 최원일)'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천안함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강준(36) 중사는 지난 2005년부터 매달 1만원씩 어린이재단에 기부한 사실도 밝혀졌다. 오는 5월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강 중사는 지난달 22일까지 37만원을 기부했다. 이 돈은 결식아동 급식을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

천안함 대원들은 2001년 3월부터 지난 2월 11일까지 천안지역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후원해왔다. 대원들은 배 안에 저금통을 두고 돈이 모일 때마다 5만~15만원 정도를 후원금으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614만8000원의 '천안함 장학금'은 소년소녀가장·조손가정 자녀 3명에게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