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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지식인 '한일합병 무효' 성명

namsarang 2010. 5. 12. 21:29

[만물상]

한·일 지식인 '한일합병 무효' 성명

 

1993년 10월 미국 상원은 100년 전 미국이 하와이를 강제합병한 데 사과하는 결의문을 통과시켰다. 결의문은 "1893년 미국이 하와이 왕국을 불법 전복하고 원주민의 자결권을 박탈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하와이 왕국을 넘어뜨린 데엔 미 해군과 외교관들의 음모가 작용했다"고 사과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상원의 촉구에 따라 하와이 불법 합병을 사과하고 하와이 주민에 대한 보상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결의문 발의자인 일본계 이노우에 의원은 "역사를 바꿀 수는 없어도 책임을 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작년 한국에 왔던 에드워드 슐츠 하와이대 교수는 "1910년 일본의 한국 병탄은 '불법적'이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하와이 병합과 닮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통령 사과를 통해 화해의 첫걸음을 내디뎠는데 왜 일본은 한국 강제 병합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못하느냐"고 했다.

▶그동안 소수의 양심적 일본 지식인들이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의 잘못을 시인하기는 했다. 노벨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역사를 정직하게 보는 것은 일본인이 아시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분별 있는 태도와 관련된 숙제"라고 했다. 그렇다 해도 한계가 있었다. 대부분 일제의 한국 식민지화가 무력과 협박을 통해 강제로 이뤄진 것이라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한일합병조약' 자체가 불법이고 따라서 무효라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어제 서울도쿄에서 나온 '한국병합 100년에 즈음한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은 "(한일병합조약은) 전문(前文)도 거짓이고 본문도 거짓"이라고 선언했다. "조약 체결의 절차와 형식에 중대한 결점과 결함이 보이는 불의부정(不義不正)한 행위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죄는 용서를 빌지 않으면 안 되고, 용서는 베풀어져야 한다. 고통은 치유돼야 하고 손해는 갚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성명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세대와 이념 차이를 넘어 각각 100명씩 문인·학자·법조인·언론인이 참여했다. 일제의 한국 병탄 100년 되는 해에 일본 지식인들이 이 정도로 진솔하게 속마음을 내보였다는 건 뜻깊다. 이제 공은 일본 정부와 의회에 넘어갔다. 지식인들의 정직한 과거사 인식에 바탕해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하고 한·일 간에 화해와 우호의 100년을 열어가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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