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공동선, 섬김의 자세 등 꼼꼼히 살펴보고 선택해야... 지방선거 특징에 따라 지역 현안과 정책에 따라 선택해야... 일부 교구선 선거 관련 평신도 자세와 기준 제시... 평신도 정치적 참여와 활동은 정의와 공동선 등 기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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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특히 그리스도인 유권자는 공동선 추구와 정의 추구, 평화 증진 등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사진은 23일 서울대교구 도봉동성당 들머리에서 주일미사에 참례하러 성당에 들어서는 신자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일부 후보 선거 운동원들. 이힘 기자 koto97@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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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5월 31일 동시지방선거 당시 명동주민자치센터 기표소에서 투표를 하는 정진석 추기경. 평화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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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5월 31일 전국 동시지방선거 당시 서울 미아동본당 소강당에 차려진 기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원을 확인한 뒤 기표를 하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
6ㆍ2 동시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1인 8표제로, 무려 8번이나 기표해야 한다. 전국 16개 시도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광역ㆍ기초의회 의원(비례대표 포함), 교육감 및 교육의원까지 1ㆍ2차 투표를 통해 각각 4명씩 총 8명을 뽑는다. 1995년 처음으로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한꺼번에 선출한 이후 지방선거 15년 역사상 최대 선거다.
선거를 앞두고 일부 교구는 주보에 지방 선거에 임하는 평신도들의 사회적 역할과 자세 등 제시, '제대로 된 후보'를 뽑을 것을 권하고 있다. 한 번 행사한 투표권은 4년간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민소환제는 2007년에 도입됐지만, 소환청구가 지방의원 2명을 빼곤 거의 성사되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투표권 행사가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민주주의와 선거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가톨릭교회 가르침을 통해 돌아본다.
#지방 선거와 후보 선택
주일이면, 성당이나 교회, 절 입구에 선거 운동원들이 붐비는 게 요즘들어 낯설지 않다. '그리스도인 후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일 새벽 0시부터 선거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이같은 현상은 부쩍 심해졌다. 후보들 명함 돌리기와 함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선거 퍼포먼스가 이어지고, 후보들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렸다. 그렇지만 선거는 이미 지난 3월 21일 예비후보자 등록으로 사실상 막을 올렸다.
"○○이 대부님이 이번 선거에 출마하셨다는데…."
"그래~, 잘 되셔야 될텐데, 어려운 길을 선택하셨네."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출마 소식이 전해지고, 선거 분위기도 점차 달아오른다. 학연과 혈연, 지연에 종교라는 인연까지 얽힌다.
그렇지만 지방정부 선거이다보니, 생각보다 들뜬 분위기는 아니다. 선거 현안도 지역적 이슈가 주를 이루고, 천안함 사태나 4대 강 사업 같은 전국적 이슈는 겉도는 듯한 인상이다.
고흥칠(베네딕토, 72, 인천 도화동본당)씨는 "이번 지방선거는 투표 방식이 너무 복잡하고 입후보자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절대적으로 부족해 어려움이 있다"며 "정치적 야망을 갖고 개인 업적 위주로 행정을 펼치려는 자치단체장보다는 진정으로 주민 복리와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선거여선지 아무래도 지방정부를 이끌 자질이나 성향에 주민들은 더 초점을 맞춘다.
김홍거(요한 세례자, 58, 대전 탄방동본당) 대전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장은 "정치색을 띠기보다는 열심히 일을 잘하는 후보, 정직한 후보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면서도 "다만 교회 가르침대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을 잘 보존하고 미래세대에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진정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고 밝혔다.
교사 채석수(프란치스코 하비에르, 51, 대구대교구 신평본당)씨는 "당과 관계 없이 자기가 실천하고자 하는 공약을 지키고 추진하며 기초적 사안부터 해결해가고 신자로서 투명하고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는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고 본다"며 "선거를 앞두고 서로 힐난과 비방을 서슴지 않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상철(프란치스코, 41, 청주교구 내수본당)씨도 "바닥이 좁다보니 후보들 성향은 이미 대부분 다 파악하고 있어 시정이든지, 교육분야든지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후보, 특히 행정 및 교육 분야에서 신뢰를 줄 수 있는 후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한다.
2008년 총선 당시 투표율이 28.1%로 저조했던 20대는 어떨까. 등록금이나 취업 문제에 시선이 쏠린 20대는 예상대로 선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학원생 김지연(데레사, 26, 서울 명일동본당)씨는 "정치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투표장으로 발걸음한다. 내 한 표로 정치가 바뀌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뻔히 보이는데 투표장에 갈 이유가 없다. 30대 이상은 투표를 통해 세상을 바꿔본 경험이 있지만, 아직 20대인 우리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반면 최근 대학생을 중심으로 20대 유권자 일각에선 '새바람'도 불고 있다. 4월 25일 '2010 청년유권자행동'과 '대학생유권자연대 2U'는 서울 숙명여대에서 '2010 지방선거 청년ㆍ대학생 정책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반값 등록금과 청년실업 해결, 주거권 보장, 정치참여 확대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대학생 박은솔씨(엘리사벳, 21, 수원교구 광주본당)는 "평균 등록금이 가장 비싼 경우 연간 907만4000원에 이른다"며 "등록금 1000만 원 시대를 사는 대학생들의 숨통을 틔워 줄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생뿐 아니라 20대 직장인들도 정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정책에 따른 투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구윤희(미카엘라, 28, 서울 대치동본당)씨는 이번 선거에서 복지에 관한 정책을 심도깊게 살핀 후 투표하고 싶다며 "복지와 관련한 정책 부분을 주의깊게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송윤정(체칠리아, 25, 서울 명동본당)씨는 "사회정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치를 하는 사람을 뽑고 싶다"며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내세우는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선거 의미와 교회 가르침은
이처럼 청장년, 어르신들을 막론하고 각 지역별로 4년간 지역 운명을 가를 현안을 주시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교구는 신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주보 공지를 통해 선거와 관련한 평신도의 자세에 대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제주교구는 특히 16일자 주보부터 3회에 걸쳐 '지방선거에 임하는 천주교 제주교구 평신도의 다짐'이라는 제목으로 △혈연과 지역, 학연에 얽매이지 않고 △생명과 자연환경 보전, 평화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공동선 증진에 힘쓰고 △사회정의와 민주주의 질서를 외면하지 않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지역감정과 갈등을 부추기지 않고 실천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시민들에게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권한을 부여하고 자신의 정부를 선택하고 통제하며 필요할 경우 평화적으로 대치하는'(「백주년」 46항) 민주주의 체제를 높이 평가한다. 그 핵심은 투표에 있으며, '국회 같은 대의기구나 정치 권위에 대한 통제는 자유선거를 통해 가능하다'(「백주년」 44항)고 강조한다.
그래서 평신도의 정치 참여는 입후보자든, 투표권자든 그리스도인이라면 봉사 의무의 한 표현(「팔십주년」 46항)으로써 등장한다. 섬김의 정신으로 이뤄지는 공동선 추구, 빈곤과 고통스러운 상황에 특별히 주목하면서 이뤄지는 정의의 발전, 지상 실재들의 자율성 존중, 연대를 통한 대화와 평화 증진 등은 그래서 그리스도인 평신도의 정치적 참여 및 활동에 영향을 주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교회는 가르친다.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지니는 모든 신자는 이러한 원칙을 존중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정희(베드로, 57)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시지방선거만 다섯 번째 치르게 되는데 지방자치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원론적이긴 하지만 주인으로서 국민 각자가 여러 선거 현안에 대해 면밀히 공부하고 파악한 다음에 후보자를 선택하는 신중한 결정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