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12주일- 화해와 일치 방법은 믿음의 기도

namsarang 2010. 6. 20. 17:12

[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12주일- 화해와 일치 방법은 믿음의 기도


                                                                                                                                                             홍승모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신앙인 중에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이신가?'라는 질문을 한 번쯤 던져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사실 복음서는 베드로의 고백을 통해 주님이 누구이신지 명확히 대답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루카 9,20). 그리스도는 히브리말로 메시아, 곧 기름부음 받은 사람을 뜻합니다. 이 질문은 메시아라는 사실을 몰라서 하는 질문이 아닙니다. 문제는 주님이 어떤 모습의 메시아를 계시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또 다른 각도에서 복음 내용을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루카 9,23-24).

 해답의 열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루카 9,20)라는 질문의 핵심은 다른 사람 생각이 아니라, '내 자신'이 과연 어떤 모습의 메시아를 생각하고 있는가에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주님과 자신의 삶과 관계에 대한 질문입니다. 곧 주님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는 간접체험이 아니라, 주님과의 직접체험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어떤 메시아를 바라고 있습니까? 자신과 가족들 행복과 평안과 건강을 어김없이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그런 메시아입니까? 슈퍼맨(Super Man)처럼 인간 능력을 초월해서, 기도 중에 끊임없이 바라고 청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고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그런 메시아입니까?

 이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한 길은 멀고도 험한 영적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영적 여정 속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주님은 인간을 초월한 신적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인간의 한계 속으로 들어오신 분이라는 것입니다. 주님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인간이 되기를 포기하신 분이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여러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만, 묵상해 볼 수 있는 한 가지는 바로 모든 것을 다 갖고 완벽하다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모든 것을 충분히 갖고 있는 사람과 무엇인가 부족한 사람 중에, 그 부족한 사람은 늘 허전하고 불안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이 채워지지 않고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허전하고 불안해합니다. 그래서 그 허전함을 다른 것으로 채우려 합니다. 그러나 아직 이뤄지지 않고 아직 부족한 상태, 그 부족한 빈 공간에 안에 하느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입니다.
 
 주님이 인간의 한계 속으로 들어오신다는 말은 우리의 빈 공간을 당신 사랑으로 채워주신다는 뜻일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안주하던 자리를 떠나기를 꺼려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 자리를 떠나서 낯선 곳으로 움직일 때, 공허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 공허한 빈 공간 속에서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주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자신만을 우선시 하는 숨겨진 자아를 벗어 던지고 주님을 옷 입듯이 입어야 한다고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십니다(갈라 3,27). 움켜진 것이 중요치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머무는 사람의 일만을 생각하다보면 주님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자신을 버리고 자신의 빈 공간을 주님이 활동하시도록 내맡기면, 주님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실 것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 민족의 바람을 담고 한 어린이가 쓴 통일의 글을 떠올려 봅니다.

 "통일은 눈물의 바다. 만남의 시간이 다가오면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통일은 눈물의 바다.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오면 손끝이 떨어지지 않아 눈물이 강물처럼 흘러내리고…. 통일은 눈물의 바다. 서로의 눈물이 바다를 이루어 동해와 서해 속의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오고 갔으면…."
 60년 시간을 가슴에 새기며 아파했던 분들이 그 세월의 주름을 곱게 펴며 웃으실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라는 말이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이념과 체제를 넘어 두 손 모아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를 화해시키고 일치시킬 방법은 오직 하나 맡기고 의탁하는 믿음의 기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