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건강한 아빠 되고파"
고아로 어렵게 자란 전씨, 심장병에 각종 합병증까지 아내는 당뇨합병증…생계도 힘든 상황에 수술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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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개2동본당 소공동체 지역장 이애심(데레사)씨가 전경식씨(가운데)와 딸 선영이를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
통증이 가슴을 짓누르는 듯하다. 아니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6일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전경식(49)씨는 "당장 고비는 넘겼지만 서둘러 수술을 하지 않으면 심장 혈관이 터져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담당 의사 말을 듣는 순간 부인 이진영(안토니아, 인천 부개2동본당)씨를 안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병원에서는 입원할 것을 권유했지만 진통제 처방만 받아들고 병원을 나왔다. 수술보증금 2000만 원을 예치해야 한다고 하는데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생계비 지원을 받아 겨우 연명하는 형편에 수술은 꿈같은 얘기다.
3년 전부터 심장병으로 고생해 온 전씨는 그 사이에도 몇 번 위태로운 고비를 겪었으나 병원비 부담 때문에 차일피일 치료를 미루다 갑자기 의식을 잃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 응급실에 실려 왔다.
전씨는 신장과 췌장에도 종양이 퍼져있고, 폐에 고름이 가득 차 숨 쉬기도 어려운 상태지만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구토 증세 때문에 거의 먹지를 못해 몸무게가 한 달 새 15㎏이나 빠졌다.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고 하는데 이토록 불행이 겹칠 수 있을까?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자란 전씨는 15살에 남의 집에 일꾼으로 팔려갔다. 그러나 몇 년 동안 고생만 하곤 품삯 한 푼 받지 못한 채 쫓겨났고, 부산 자갈치시장과 고기잡이 어선을 전전하다 아내를 만나 딸 선영(가명, 안나, 14)이를 낳았다.
별다른 기술이 없는 전씨는 건축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으나 7년 전 공사현장에서 떨어져 허리와 왼쪽 어깨를 다친 후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 장애3급 진단이 나왔지만 산재보상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 후 전자부품 조립과 폐품 수집을 해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를 썼으나 전씨는 어릴 적 사고로 왼쪽 눈을 실명한 데다 아내 이씨도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거의 잃어 지금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한 달 생계보조금 83만 원으로는 세 식구 생활비와 허름한 반 지하 월세 25만 원, 약값을 감당하기도 벅차다. 재작년 아내가 수술 받을 때 병원비 300만 원이 없어 사채를 빌려 쓴 탓에 매달 이자로 20만 원씩 갚아야 한다. 얼마 전 선영이 여름 교복도 구역 신자들 도움으로 겨우 마련했다. 아내 역시 고아여서 손 벌릴 친척도 없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딸 선영이는 힘없이 누워있는 아버지가 안타까워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보다 못해 평화신문에 간곡한 편지를 썼다.
"제발, 우리 아빠를 살려주세요. 아빠 생명이 꺼져가고 있는데 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픕니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참고서 살 돈이 없어도 아빠가 더 힘들어 할까봐 내색 한 번 하지 않는 속 깊은 아이다. 선영이는 오늘도 아빠가 어서 빨리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기를 눈물로 기도하고 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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