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안보와 야당, 한·미 차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Gingrich) 전 하원 의장이 최근 펴낸 책 제목은 '미국을 구하기 위해서(To save America)'다. 이 책의 부제(副題)처럼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의 '세속적 사회주의'를 중단시키는 것이 발간 목표다. 깅리치 전 의장은 현 정부가 사회주의에 가깝다고 비판하며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혐오감을 여과 없이 표출하고 있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누구는 얼마를 벌고, 누구는 어떻게 부(富)를 분배해야 한다는 식의 오만함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책 외에도 미국의 야권(野圈)에서 출간된 '미국의 2차 내전'과 '포스트 아메리칸 프레지던시'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흐름이 보여주듯이 공화당에서는 오바마 대통령과 관련된 작은 실수를 놓치지 않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그렇지만, 스탠리 매크리스털(McCrystal)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이 '하극상(下剋上) 인터뷰'를 이유로 경질된 사태에 대해서는 달랐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폄하하고 불만을 표출한 이유로 물러났다. 자신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한 그를 '비호'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그를 옹호하는 의원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매크리스털 사령관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어 패배했던 공화당의 존 매케인(McCain) 상원의원은 다른 중진의원들과 발표한 성명에서 그를 꾸짖었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의 발언이 매우 부적절했다." 상원 군사위원회에서는 그의 후임에 지명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Petraeus) 사령관을 "미국의 안보를 고려, 역사상 가장 빠르게 인준절차를 끝낼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공화당은 당적을 떠나서 매크리스털 사령관 문제를 국가 안보의 중요한 문제로 인식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승리를 위해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이 때문에 매크리스털 사령관 경질 사태는 곧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미국은 1776년 건국 당시부터 초당(超黨)적으로 안보문제를 처리해 온 전통을 갖고 있다. 최근 정치가 양극화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위기시에는 결집된 힘을 보여주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안보와 관련된 비공개 논의에서는 정부·여당과 치열하게 다투지만 공개적으로는 국가의 힘을 분산시키는 일을 자제해왔다. 알 카에다가 자행한 9·11 테러에 대해 여전히 음모설이 떠돌아다니지만 책임 있는 야당 정치인 중에서 '헛소리'를 하는 이는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야당이 공격할 빌미를 주지 않고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로 군 기강(紀綱)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았다.
미국의 여야(與野)는 워싱턴 DC에서 수만㎞ 떨어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 사령관 경질도 미국의 안보에 정말로 민감하고,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비해 휴전선에서 고작 40㎞ 떨어진 서울의 정치권에선 해군 장병 46명이 폭침(爆沈)당한 사태에 대해서도 두 달 넘게 논쟁 중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고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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