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용옥 전 국방차관
이번 한·미 정상의 전작권 전환 연기 합의는 지난 노무현 정부의 신중하지 못했던 정치적 결정을 바로잡기 위한 국가안보 차원의 결단이며, 미국으로선 동맹국으로서의 협력의지를 다시 한 번 과시한 외교적 결단이다.
지금의 한반도 안보환경은 결코 전작권 전환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본질적으로 변했다. 핵(核)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의 핵우산 보장은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하는 데는 유용해도, 북한의 군사협박·공갈이나 국지 도발에는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지난 3월 26일 북한의 우리 해군 천안함에 대한 어뢰 공격이 이를 실증(實證)해 준다. 전작권 전환에 따른 한미연합사 해체 또한 북한이 유엔사의 해체를 요구하는 구실이 될 수 있다. 만일 유엔사도 해체된다면, 북방한계선(NLL)의 선포 주체가 소멸돼 NLL을 둘러싼 남·북 군사충돌 등 한반도 군사긴장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한·미 양국의 현 대내·외적 상황도 전작권 전환의 성급한 추진을 요구하지 않는다. 한국의 입장에서, 향후 수년은 안보의 취약 시기라 할 수 있다.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 가능성, 우리 사회의 깊어가는 국론 분열 현상 등은 우리의 안보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 역시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란 핵문제 등 시급한 당면과제에 직면해 한미연합사 해체로 한·미동맹 체제의 근간을 흔들 이유가 없다.
이번 전작권 이양 연기 합의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유의하고 해결돼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전작권 전환 문제를 상황 논리로 접근하지 않고 시기를 다시 못박았다는 점이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 안보동맹의 핵심인 연합사 해체를 통해 안보체제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중대 사안이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고 남·북한 간의 군사적 신뢰가 구축돼 가시적인 긴장완화가 이뤄진 뒤에야 전작권이 전환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합의된 2015년 12월까지 이런 전제조건이 과연 충족될지는 미지수다. 한·미 국방당국은 후속 세부협의 과정에서 전작권이 전환될 수 있는 객관적인 안보상황이 조성되지 않으면 다시 늦출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한국군은 앞으로 한반도 공동방위 파트너로서 '한국 몫'을 다 해야 한다. 한국이 동맹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역할 분담을 감당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우리 몫을 스스로 감당하는 중요한 동맹국임을 미국이 인식할 때 앞으로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한 추가 협상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함께 독립사령부 창설 등 기존 전환 계획의 주요 조치 사항들을 보다 내실 있게 준비해야 한다. 우리 군은 그동안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독자적인 정보 획득, 정밀타격 능력, 지휘통신 체계 등 여러 분야의 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들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키 리졸브,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전작권 전환시 보완해야 할 사항들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