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6.25전쟁60주년

난민소년 "배고픈 건 괜찮지만 학교 꼭 가고싶어

namsarang 2010. 7. 8. 22:53

['2010 희망로드 대장정']

난민소년 "배고픈 건 괜찮지만 학교 꼭 가고싶어

 

[6·25 60주년 기획… 지원 절실한 6·25 원조국·최빈국 10개국을 가다] [3] 스리랑카
26년간의 內戰 작년에 끝나, 아직도 난민 17만명 고통
폐허서 유엔보급품으로 연명… 6·25 직후 한국과 상황 비슷

스리랑카 북동부 트링코말리(Trincomalee) 무투르(Muthur) 난민캠프에 사는 위드런(7)군이 양쪽 종아리에 감긴 붕대를 풀자 고름으로 짓무른 살갗에서 피가 흘렀다. 속살이 드러난 상처 부위에 파리떼가 앉자 어머니 니세와라(35)씨가 종아리에 알코올 냄새가 나는 소독약을 들이부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지 위드런은 허공을 바라보며 웃기만 했다. 지난해 9월 트럭에 치인 위드런군은 병원 한 번 못 가보고 소독치료만 하고 있다. 사고 이후 위드런군은 일어설 수가 없어 집에서만 기어다닌다.

위드런군이 어머니와 형(11), 동생(3)과 사는 곳은 난민캠프 가운데에 버려진 의류공장이다. 50㎡(약 15평) 남짓한 이곳은 폭격으로 지붕과 벽이 무너져 비가 오면 그대로 맞아야 한다. 위드런군 가족은 아버지가 반군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아 임시 거처는 물론 정부로부터 식량이나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 니세와라씨는 "아들을 도시 병원에 데려가고 싶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엄마인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다.

스리랑카 북동부 트링코말리 무투르 난민캠프에 사는 위드런군이 집 앞에 앉아 있다. 위드런군은 지난해 9월 트럭에 치여 다리를 다쳤지만 치료를 받지 못해 일어서지도 못한 채 기어다녔다. /변희원 기자

1983년 이후 26년간 계속된 스리랑카 내전은 지난해 5월 19일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 반군이 패퇴하면서 종결됐지만, 전쟁 난민의 고통스러운 삶은 계속됐다. 이 나라는 주요 권력을 쥐고 있는 싱할라족과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타밀족 간의 분쟁으로 6만5000여명이 사망하는 등 심각한 유혈 내전을 겪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등에 따르면 지난해 내전 막바지에만 난민이 30만명 이상 발생했다. 이 가운데 17만명이 아직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6·25 당시 원조국과 최빈국을 찾아가는 '2010 희망로드 대장정'시리즈 세 번째 나라로 스리랑카를 찾았다. 어린이재단과 함께하는 희망로드 대장정은 KBS 사랑의 리퀘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다음 달 3일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지난달 15일 찾아간 무투르 난민캠프엔 490여가구가 모여 살고 있었다. 나무로 뼈대를 세우고 양철지붕을 얹은 16㎡(약 5평) 남짓한 임시거처에는 시멘트벽 대신 천막이 걸려 있었다. 대부분의 임시거처 앞에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자들이 아이를 안고 있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남자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내전으로 고향과 일자리, 재산을 모두 잃은 이들은 목숨만 부지하고 있었다.

무투르 캠프에서 누나 둘, 여동생 한 명과 함께 사는 니샨티(17)군은 2006년 피란길에서 부모와 형 둘, 매형 2명을 잃었다. 당시 13세였던 그는 누나·여동생과 갓 태어난 조카들을 데리고 다니며 폭격을 피했다. 니샨티는 "땅굴을 파서 그 안에 들어가 사나흘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틴 적도 있다"며 "그땐 나도 곧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니샨티는 요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서 1주일에 쌀 3㎏과 밀가루 1㎏씩 배급받아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 니샨티군은 "먹을 건 모자라도 괜찮지만, 학교는 꼭 가고 싶다"고 했다. 다른 난민들처럼 니샨티군은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다. 지금도 가족 생계 때문에 학교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스리랑카는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는 풍부한 관광자원과 높은 교육수준 등으로 미래가 밝은 나라로 손꼽혔다. 1960년대 초반만 해도 국민소득이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내전으로 스리랑카 난민들은 6·25 직후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서 살고 있다. 국민 4명 중 1명은 스리랑카의 최저생계비도 못 벌고 있다. 어린이재단 스리랑카지부의 구루 나익(Naik·50) 회장은 "가족과 터전을 잃은 난민들이 혼자 힘으로 정착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주택·교육 등 인프라를 지원해준다면 이들이 일어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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