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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총리 담화, 한·일 새로운 100년 출발점 될 수 있나

namsarang 2010. 8. 11. 23:49

[사설]

日 총리 담화, 한·일 새로운 100년 출발점 될 수 있나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10일 일제의 한국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식민지 지배가 가져온 다대한 손해와 고통에 대해 다시 한 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간 총리는 "이러한 인식에서 조선총독부를 통해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를 가까운 시일에 반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간 총리는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反)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역사의 사실을 직시하는 용기와 이를 인정하는 겸허함을 갖고 스스로의 과오를 되돌아보는 것에 솔직하게 임하고자 생각한다"고 밝혔다.

간 총리의 담화는 역대 일본 총리들의 사과와 반성에 비해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간 총리 담화는 기본적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언급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의 연장이지만, 한국 식민지배가 "한국인들의 뜻에 반한 것이었다"고 명시했다. 비록 간접적이긴 하지만 일본 총리 담화로서는 처음으로 일제에 의한 식민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했다.

일본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의궤 등 한국에서 불법 반출된 책들을 반환하기로 한 것은 사과와 반성을 행동에 옮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 때 강탈해간 문화재를 돌려준 것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조약 체결 당시 1400여점의 문화재를 돌려준 이후 45년 만이다. 간 총리와 민주당 각료 전원은 이날 총리 담화를 승인하는 각의(閣議)를 끝낸 후 오는 15일 2차대전 전범을 제사하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침략 1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한일 과거사의 앙금을 청산해보려는 일본의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일본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이제 됐다"고 넘어가기엔 간 총리의 담화는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 1000여명은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한 1910년의 합병조약이 불법적으로 이뤄진 것이었고, 따라서 합병과 식민통치가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이를 총리 담화에 넣을 것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사과·반성의 진정성, 일본정부가 식민통치를 합법으로 보느냐 불법으로 보느냐와 관련되는 문제다. 20년 가까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의 법적인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언급도 한 줄 없다.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도 빠져 있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 문화재 반환은 이제 시작이다. 일본의 자라나는 세대가 과거의 멍에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떳떳한 일원으로 아시아와 국제 평화·우호를 위해 나설 수 있도록 해주려면 일본 정부와 일본인들 스스로가 그늘진 역사를 정리해야 한다. 이번 담화가 지난 100년의 한·일관계를 넘어서서 새로운 100년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느냐는 앞으로 일본이 짊어지고 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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