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요안 신부(제주교구 중문본당 주임, 가톨릭 문화기획 IMD 설립)
바오로 사도 일대기를 다룬 '이마고 데이' 뮤지컬을 공연하는 동안 여러 본당에서 공연 요청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하지만 대형 뮤지컬이다 보니 성당에 무대를 설치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조명ㆍ음향ㆍ특수효과ㆍ무대ㆍ영상 장치들을 설치하는 데만 40명 넘는 스태프가 동원됐고 시간도 3일이나 걸렸다.
1년 간 그렇게 공연을 하면서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덩치 큰 공연단이 전국을 돌아다니기에는 경제적, 공간적, 시간적 장애요소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사제의 해에는 뮤지컬보다 규모가 작은 연극을 하기로 결정해 '마음을 주었습니다'가 탄생했다.
이번에는 어느 본당에서도 원활하게 무대를 만들 수 있도록 몸집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공연의 질마저 최소화할 수 없었기에 무대장치는 2.5t 트럭 한 대 분량이 넘쳤다.
첫 작품 때 지인들에게 후원요청을 많이 한 터라 또다시 후원을 부탁하는 것이 힘들었다. 결국 공연은 물론이고 무대설치부터 해체까지 모든 일을 배우와 스태프 10명이 모두 해결해야 했다.
공연팀은 2009년 10월 23일 인천가톨릭대 첫 무대를 시작으로 사제의 해 기간에 5개 신학교, 9개 수녀원, 15개 교구 81개 본당에서 공연을 했다. 총 135회, 3만 5000여 명이 관람했다.
말 그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녔다. 부산교구 이기대성당에서 저녁 공연을 하고 다음날 수원교구 안양중앙성당에서 오전 11시 공연을 했다. 그리고 곧장 태백으로 달려가 또 무대에 올랐다. 고속도로에서 지새운 밤은 셀 수가 없고 모두 파김치가 돼갔다.
본당사목 때문에 공연 때마다 공연팀과 함께 할 수 없었지만 틈나는 대로 이들을 찾아가 안수기도를 해주고 고해성사를 주며 힘든 시간을 극복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1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공연이 끝난 뒤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받는 신자들 때문이었다. 또 공연을 요청한 본당 사제들이 이러한 신자들 모습에 기뻐하며 기꺼이 '쏘는' 맥주와 치킨도 큰 몫을 했다.
그런데 매번 치킨이다 보니 공연 막바지에 이를수록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신부님, 치킨은 이제 그만! 빨랑카로 주시면 안 되나요"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곤 했다.
주님! 이런 문화공동체를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또 1년간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없이 무사히 보내게 해주신 것도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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