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일기

주님! 핵폭탄이 필요합니다"

namsarang 2010. 8. 16. 22:45

[사목일기]

 

주님! 핵폭탄이 필요합니다"

                                                                                                                     현요안 신부(제주교구 중문본당 주임, 가톨릭 문화기획 IMD 설립)


   2008년 6월부터 1년 간 바오로 사도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하는 '바오로의 해'가 선포됐다. 2007년 KYD(한국청년대회)를 치르면서 문화영성의 힘을 느꼈던 터라 '바오로의 해'를 맞아 바오로 사도 영성을 현대에 맞게 풀어내 더 많은 이들과 문화사목으로 소통하고 싶었다.

 그래서 기획된 작품이 뮤지컬 '이마고 데이'(Imago Dei, 하느님의 모상)였다.

 2006년 8월 미국 동북부 한인 성령대회 때 초청강사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행사를 마치고 브로드웨이를 찾아 뮤지컬 라이온 킹과 시카고, 맘마미아를 보고 돌아왔다. 한국에서 이같은 초대형 가족 뮤지컬을 만들리라 다짐했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이마고 데이 오디션을 진행해 배우들을 뽑았는데 천주교 4명, 개신교 4명, 비신자 4명으로 이뤄졌다. 이들과 2008년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제주 이시돌 피정센터에 마련한 합숙 훈련장에서 동고동락했다.

 노래와 춤, 연기, 공동체 생활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TV와 신문, 술과 세속의 달콤함을 모두 끊고 오로지 연습에만 매달렸다. 이시돌 목장에서 풍겨오는 구수한(?) 냄새, 풀벌레와 전쟁, 한여름 더위, 밤하늘 별들은 이제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2008년 10월 17일 제주 연동성당에서 첫 공연을 시작으로 서울과 부산, 광주 등을 오가며 126회 공연 2만7000명 관람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일년간 여정을 마쳤다.

 그 사이 비신자 배우들이 모두 세례를 받았고 개신교 신자 1명이 개종을 했다. 특히 주인공 바오로 사도 역을 맡았던 장재승씨는 바오로라는 세례명으로 세례성사를 받은 뒤 견진성사와 혼인성사까지 받아 그야말로 겹경사가 났다.

 문화사목의 첫 수혜자는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이었다. 그리고 작품을 관람한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에게로 퍼져나갔다.

 뮤지컬을 보면서 받은 감동은 사목자들과 신자들 신앙에 새로운 활력소가 됐다. 특히 신자들은 뮤지컬을 보고난 뒤 바오로 서간과 사도행전 등 성경을 찾아 읽으며 성경과 친숙해지는 시간이 됐다고도 했다.

 이러한 변화를 지켜보며 문화사목이야말로 신앙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현대사목의 중요한 흐름임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마고 데이를 통해 교회 작품은 식상하고 재미없는 학예회 수준이 아니라 일반 무대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인식전환의 계기가 마련됐다. 주님, 인식전환의 핵폭탄이 된 이마고 데이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멘!


현요안 신부 (제주교구 중문본당 주임, 가톨릭문화기획 IMD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