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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태양광은 '파트타임 전기'일 뿐

namsarang 2010. 8. 22. 21:24

[한삼희의 환경칼럼]

풍력·태양광은 '파트타임 전기'일 뿐

한삼희 논설위원

 
             한삼희 논설위원
요즘 각광은 받고 있지만 풍력발전·태양광발전은 어디까지나 '파트타임 전기'에 불과하다. 원자력발전·화력발전에선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전기를 만들어 쓸 수 있다. 이에 반해 풍력발전은 바람이 불어야, 태양광발전은 해가 비쳐야 전기가 나온다. 풍력·태양광의 가동률은 20~30% 수준이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시간대에 나와 일하는 파트타임도 아니다. 아무리 전기가 필요한 때라도 바람이 안 불고 구름이 끼어 있으면 일을 하지 않고 놀아버리는 제멋대로의 파트타임이다.

전기는 순간순간 공급량과 소비량을 맞춰가야 한다. 어느 순간 공급량이 소비량을 못 따라가면 곧바로 전기 주파수와 전압이 떨어진다. 국내 가전제품들은 주파수가 60±0.2Hz일 때 정상 가동되도록 맞춰져 있다. 주파수가 그 범위를 벗어나면 가전제품에 무리가 간다.

풍력·태양광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면 전기 공급을 수요량에 맞추는 데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풍력·태양광 비중이 10%, 20% 수준으로 늘어나면 전기 공급 시스템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풍력·태양광이 멈출 때 언제라도 돌릴 태세가 돼 있는 여분의 백업(back up) 발전용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겨울밤 전기소비가 피크에 가까워졌을 때를 생각해보자. 햇빛은 없고 바람마저 불지 않으면 전기 공급은 원자력·화력에만 의존해야 한다. 풍력·태양광을 많이 세워놨다고 다른 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풍력·태양광이 거의 가동하지 않는 경우를 상정하고 그에 대비한 발전설비를 별도로 지어놓아야 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는 연료를 넣어 출력을 내기까지 1~2일 걸리기 때문에 백업용으로 써먹을 수가 없다. 화력발전의 터빈은 발전기가 식어버린 상태에서 전기 생산을 재개하기까지 6~24시간 예열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화력발전소는 가동률을 100%까지 올리지 않고 90~95%까지만 올려놓는다. 어딘가 발전소가 고장 나거나 전기 수요가 느닷없이 튀어오르는 경우에 대비해 남은 5~10%의 출력을 언제라도 돌릴 수 있는 상태로 대기시켜놓는 것이다. 백업 발전용으로 가장 편리한 건 수력발전이다. 수문만 열면 곧바로 전기가 쏟아져나온다.

세계에서 풍력발전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덴마크다. 덴마크는 5500개나 되는 풍력터빈을 돌려서 자국 전기 수요의 20%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덴마크가 풍력 대국(大國)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수력발전 국가인 이웃 노르웨이(수력 비중 99%), 스웨덴(40%)과 전력공급망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풍력터빈이 힘차게 돌 때에는 덴마크 전기가 노르웨이·스웨덴으로 수출된다. 반대로 바람이 약해져 전기 부족 사태에 빠지면 노르웨이·스웨덴에서 전기를 수입해온다. 덴마크의 풍력 전기 가운데 노르웨이·스웨덴으로 수출되는 양이 절반이고 대략 그만큼의 전기를 노르웨이·스웨덴에서 수입해온다. 덴마크는 노르웨이·스웨덴 같은 든든한 이웃이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풍력발전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이다.

연료전지가 대규모로 실용화되면 풍력·태양광의 '파트타임'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풍력·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물을 분해시키면 수소가 나온다. 풍력·태양광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 저장해놨다가 바람이 안 불고 해가 안 비치면 연료전지에 수소를 공급해 전기를 생산해내는 것이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는 건 정말 먼 훗날에나 기대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