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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국립공원은 '있는 그대로'여야

namsarang 2010. 8. 25. 21:50

[기고]

DMZ 국립공원은 '있는 그대로'여야

  • 정윤재 한국정치학회 회장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 정윤재 한국정치학회 회장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환경부는 비무장지대 전역과 일부 민통선 내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 그간에도 나름 보존과 개발을 위한 제안이 다양하게 나왔지만, 모두 DMZ를 훼손하지 않을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미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부의 국립공원화 추진 소식은 반가웠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DMZ가 자연 생태뿐 아니라 역사·문화 차원에서도 가치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그대로 영구 보존해야 하고, 주민이 사는 남북 양쪽의 주변 지역 역시 세밀한 대책으로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제안해왔다.

DMZ는 그 자체로서 현대 이데올로기 대립의 역사를 담고 있는 유일한 세계적 문화유산이다. 이데올로기 대립의 흔적은 독일베를린 장벽, 남북 예멘의 국경지대, 그리고 베트남의 북위 17도선 지역에도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6·25가 발발하자 미국·영국·터키·스웨덴·콜롬비아 등 세계 각지 16개국의 젊은이들이 유엔 깃발 아래 달려와 피 흘리며 싸웠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수많은 군인들, 청년학도병, 그리고 의용군이 공산침략에 맞서 싸우다 죽었다. 북측 사람들도 많이 죽었다. 그 엄청난 피와 죽음의 결과로 남은 것이 DMZ다. 현대 이데올로기 대립의 생생한 현장으로 남아 있는 세계 유일의 종합박물관이다. 따라서 이 DMZ는 남북만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유산임을 각별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이 DMZ는 지난 60여년 동안 군사상의 이유로 사람들이 일절 출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까지 제대로 남아 있을 수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역사와 문화와 자연을 모두 품고 있는 복합 문화재가 될 수 있었다. 그 안에 있는 각종 자연자원과 벙커나 GOP 등의 군사시설, 그리고 궁예성터 등 역사문화재 일체가 모두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야 하며, 도라산역 위에도 제대로 된 에코터널(eco-tunnel)이 설치되어 자유로운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국립공원 DMZ 내에는 도로 신설을 절대 금하고, 대신 샛길·농로·계곡길·고갯길·순찰로·부대도로·철로 등 옛길들을 그대로 활용하여 관광상품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면 한다.

남북 통행로는 북한이 이미 파놓은 땅굴을 모두 재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 DMZ의 남북 양편 혹은 지하에 동서를 관통하는 대운하를 건설하는 것이 경제적인 면에서도 바람직하다. DMZ의 남북 양쪽 지역에는 한반도 횡단 고속도로 건설도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 DMZ를 먼저 유엔의 세계복합문화유산으로 등록해야 한다. 우리와 세계인들의 삶과 죽음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묻혀 있는 DMZ를 영구히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역사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는 지구 문화운동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북한과의 교섭이 필수적이므로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상시적으로 북한과 소통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여 여기서부터 비살생적(non-killing) 남북협력 모델이 성사되도록 해야 한다.

DMZ는 지자체나 사업체별로 경쟁적으로 개발할 대상이 결코 아니다. 장기 전망과 종합 기획안으로 각종 욕구들을 설득하여야 한다. DMZ야말로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세계평화공원'(world peace park)의 최적지다. 정치인들과 정책 당국의 지혜로운 판단과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