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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북한 미그기 탈북시도설… 북한군 동요하나

namsarang 2010. 8. 29. 14:32

[주간조선]

추락 북한 미그기 탈북시도설… 북한군 동요하나

  • 입력 : 2010.08.27 14:37 / 수정 : 2010.08.27 15:11

군부대 식량난 극심… 후방은 배급 포기

<이 기사는 주간조선 212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8월 17일 오후 북한 국적 미그(MIG)-21 전투기가 중국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현 라구(拉古)향에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북한군의 동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 공군비행사가 만약 탈북을 시도했다면 사태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북한 김정일 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선군정치의 핵인 군도 동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북한 당국은 이번 사태 이후  비행기 추락을 공식 인정하면서도 탈북 가능성은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왜 전투기가 중국땅 깊숙이 진입했는지는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아사자 막으려 봄에 비축식량 푼 탓

북한 신의주 압록강변에서 호미를 들고 작업 중인 북한군 /photo 로이터

최근 조선일보가 입수한 평안북도 신의주시(市) 채하동에 위치한 채하시장 동영상 내용을 보면 북한은 지난 7월 이후 화폐개혁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화폐개혁 이전보다 더 활황 상태인 것을 알 수 있다. 김정일 정권이 억누르려고 한 시장이 결국 체제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북한의 국가기관, 특히 군대의 식량 문제는 이러한 시장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악의 상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군대가 밀집해 있는 곡창지대 황해도도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식량 가격이 내려야 할 가을 수확철이 다가오고 있지만 식량 부족 사태로 인해 식량 가격은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주민들은 다시 복원된 시장에서 어떻게든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지만 군 부대는 식량난에 시달리며 배급도 제대로 주지 못해 탈영병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 군부대의 식량난은 지난 수개월간 진행된 식량난의 여파라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봄 각 군단이 보유한 비축식량을 풀어 아사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화폐개혁 이후 아사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조짐을 보이며 배고픈 군중이 각 지역 인민위원회에 몰려들어 거칠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군이 나서 비상조치를 취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조치로 군부대의 식량이 바닥을 보이며 군이 극심한 식량난에 빠지는 위기상황이 닥쳤다.

현재 북한 군부는 후방부대에 대해서는 식량 배급을 거의 포기한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휴전선의 주요 군단들과 북·중 국경을 지키는 9군단의 식량만은 제대로 공급해주려 하고 있지만 중국이 식량 원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이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최근 북·중 국경을 넘은 한 군인 출신 탈북자의 말에 의하면 요즘 북한 군대 내에서 주고받는 서신들은 “쌀 언제 줍니까?” “자체로 해결하며 버텨라” “이거 큰일났습니다” 등 식량난에 대한 우려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탈북자는 강원도 원산이나 황해도의 주요 핵심 군단에도 배급이 제대로 안돼 한 끼에 설익은 옥수수 3개씩만 공급하자 군인들이 “우리가 염소 새끼냐?”라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서 북한 군인들은 “천안함 폭침 이후 미국과 남조선이 덤벼든다면 단매에 박살내겠다”는 북한 군부의 구호에 대해 “(우리가) 단매에 박살나지 않으면 다행이다”며 조롱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북한군은 최근 진행된 한·미연합군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대응하는 군사훈련도 연료 부족 등으로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계화 부대의 대규모 훈련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대신 특수부대 위주의 침투훈련으로 대체할 정도였다고 한다.
 
민가 습격 등 치안도 엉망

북한군의 후방부대가 처한 현실은 더 열악한 실정이다. 주민들 사이에서 ‘토벌대’나 ‘마적떼’로 불릴 만큼 기강이 해이해져 주둔지역 민가를 습격해 가축이나 식량을 약탈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 최근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2012년까지 주택 10만채를 건설하기 위해 평양에 투입된 수만 명의 군인들에 대해서도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군인들이 평양 시내 민가를 습격해 쌀과 현금을 훔치는 등 치안이 엉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올봄 식량문제가 심각해지자 당장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방부대를 모두 ‘부업농사’에 동원하는 조치도 취했다. 옥수수와 콩 농사를 해 부식물은 부대 자체에서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군 부대 산하 외화벌이 회사들에는 ‘식량구매 총동원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북한군은 이들 외화벌이 회사들을 동원해 중국을 통한 쌀 수입을 독려하고 있지만, 외화난과 중국의 식량통제로 이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5월 방중 때 중국 측에 식량 100만t 지원을 요구한 것도 군대의 식량난 해결이 주목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경지역을 지키는 북한 군부대의 경우 전보다 더 강해진 통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에서 최고위급 군간부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돼 매일처럼 사상투쟁이 벌어지고 탈북자들을 도운 군인들이 처벌받고 있다고 한다. 최근 북·중 국경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탈북자보다 군인들이 처벌받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북·중 국경지역이 무너지면 체제가 끝장난다는 위기감 때문에 각종 검열기관과 감찰기관이 국경지역 군대에 집중 배치돼 군인들을 달달 볶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경지역 군부대에는 “도주자들이 주는 뇌물은 모두 받아도 되지만 대신 무조건 신고는 하라”는 희한한 지시까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을 받는 것까지는 봐줄 테니까 탈북만은 돕지 말라는 것인데 탈북자들과 연계된 군인들의 기강해이가 통제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미그기 추락 미스터리
중국 측 사고기 영공 진입 인지한 듯… ‘불시착 시도’ 설득력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북한 미그(MIG)기가 떨어진 곳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현 라구(拉古)향이다. 라구향은 북한 신의주에서 북쪽으로 약 200㎞ 떨어진 시골마을로 만주족(滿州族)자치지역이다. 인구 770만의 동북지방 최대 도시 선양(沈陽)과는 동남쪽으로 45㎞가량 떨어져 있다. 사고기의 추락 시점은 추락현장을 포착한 사진의 우측하단에 ‘3:35 PM’이란 문구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8월 17일 오후 3시 전후로 추정되고 있다.
 

추락한 미그기 후미로 북한 공군 휘장이 보인다.

당초 중국 당국은 사고 당일인 8월 17일 사고기의 정체를 ‘국적불명의 소형 비행기’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기 동체 뒷부분에서 파란색과 붉은색 동심원 가운데 붉은별이 들어가는 북한 공군 휘장이 드러나면서 북한공군 소속으로 판별났다. 당초 전투기 기종으로 ‘미그-19’냐 ‘미그-21’이냐를 두고 설이 분분했으나 동체 위에 소형 반(半)원통 구조물이 덧대져 있는 것으로 보아 미그-21로 추정된다.

30대 남자로 알려진 조종사는 현장에서 즉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추락 직후 간이형 민간가옥을 들이받았으나 중국 측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른 1명이 낙하산으로 탈출했다는 외신보도도 있었으나 주로 단좌식(1인용)으로 운용되는 해당기종의 특성상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중국 측 방공망이 뚫렸다는 설도 제기되나, 사고 직후 15분 만에 군과 공안이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보아 중국 측도 사고기의 영공 진입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격추설도 나돌았으나 사고기 동체가 온전한 것으로 보아 가능성은 낮다. 대신 불시착을 시도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북한 전투기가 중국 영공으로 진입한 이유를 둘러싸고는 탈북설 등 각종 설이 분분하다. 미그기가 러시아 쪽으로 탈출하려다 추락했다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8월 18일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 “사고기가 기계고장을 일으켜 방향을 상실, 중국 영공으로 잘못 진입한 뒤 추락했다”며 “북한 측이 중국에 사과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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