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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조정능력 시험 받을 한국

namsarang 2010. 10. 2. 23:49

[오늘과 내일/홍권희]

 

G20 조정능력 시험 받을 한국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한국의 국제 리더십뿐 아니라 G20의 미래도 시험대에 함께 오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G20이 위기 극복 이후에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EU와 미국의 양보 이끌어내야

G20의 존재가치는 국제 경제협력 논의에 개도국의 참여를 늘렸다는 점에 있다. 그동안 국제기구를 주도해온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양보가 앞으로 더 필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사 24석 중 9석을 차지한 EU는 2석을 개도국에 양보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이달 말까지 EU의 자율 조정이 성과를 내야 한다. EU는 IMF의 쿼터 약 30% 중 5%포인트 이상을 양보해 중국 등의 발언권을 높여주라는 요구도 받았다. 수세에 몰린 EU는 미국을 향해 “IMF에서 행사하는 사실상의 거부권을 반납하라”고 반격했다. 한국은 미국과 EU 양측에 한발씩 물러서도록 설득하는 역할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세계의 격변기 ‘개도국 대표주자’로서의 숙명이다.

G20이 역할을 키우려면 회원국 이외의 초청 기준부터 정비할 필요가 있다. G20에도 EU 국가들이 너무 많이 참여한다. 한국은 서울회의에 옵서버로 5개국을 초청하면서 단골인 네덜란드를 빼고 유엔과 G20의 연결 역을 맡은 싱가포르를 포함시켰다.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 문제가 한국 주도로 서울회의 의제에 추가됐다. 금융안전망은 갑작스러운 외환 부족의 공포로부터 개도국을 보호해주자는 것이다. 외환위기에 대비하느라 달러를 쌓아두는 낭비도 줄일 수 있다. 개발은 개도국들이 개발전략을 짜고 실행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종전처럼 선진국들이 개도국에 약속한 원조의 일부만 지원하고 생색을 낸다면 지구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어렵다.

일부 선진국은 “안전망이 가동되면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초래할 수 있다”거나 “개발 성과가 나기까지 할 일이 산더미”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금주 초 동아일보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서울 코엑스에서 공동 주최한 ‘G20 서울국제심포지엄’에서 조모 콰메 순다람 유엔 사무차장보 등 각국 전문가 대부분은 개발 지원의 중요성에 동의했다.

 

G20의 핵심 의제들이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에 묻혀버릴 수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특정 국가의 환율 문제를 G20에서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 것도 이런 우려에서다. 환율 논란이 불가피하다면 한국은 보호주의를 유발하는 환율전쟁을 중단하라고 양국 모두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글로벌 경기침체기에 보호주의 장벽을 더는 쌓지 말자”고 각국을 설득해 약속을 받아냈다.

의제,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4차 G20 정상회의 선언문에 ‘서울’이 22차례 언급됐다. IMF 쿼터 개혁 등 각 분야의 개편 논의를 서울에서 합의 또는 마무리하기로 한 것이다. 이동휘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서울회의는 의제가 지나치게 많아 모두 성과를 보이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일부 과제는 내년 프랑스와 2012년 멕시코 회의로 넘겨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욕심을 너무 부려서는 안 된다.

서울회의는 의제별 성과와 함께 G20의 정통성을 보강하고 논의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G20은 누가 선출하지는 않았지만 권한을 가진 정상들이 밀착 협의한다는 점에서도 정통성을 인정받는다. 세계 192개국이 참여한 유엔과 파워를 반영한 선진 7개국(G7)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적절한 논의구조다. ‘꿩 잡는 게 매’라고 했다. G20이 G7보다 지구촌 난제들을 더 잘 풀면 위기관리위원회에서 글로벌조정위원회로 역할을 키울 수 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