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게시판

교육立法팽개쳐 놓고 교육立國말하지 말라

namsarang 2010. 10. 3. 17:07

[동아일보 사설]

2010년 10월 2일 토요일

교육팽개쳐 놓고 교육말하지 말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교원평가제가 국회에서 처리 안 되면 내년부터 대통령령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시행령으로라도 교원평가제를 관철하겠다는 뜻이겠지만 근거 법이 없으면 교원노조의 반발이 강해 시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교원평가제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국회에 상정됐으나 17대 국회 폐회와 함께 폐기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상정된 후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휘둘리는 민주당이 입법의 발목을 잡고 있다.

18대 국회가 개원한 후 2009년까지 국회 교과위는 발의된 364건의 법안 가운데 36건을 처리해 법안 처리율 9.9%에 그친 대표적 불량 상임위다. 서울대 법인화도 지난 정부 때 추진했으나 당시에는 대학 구성원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은 서울대가 스스로 법인화를 하겠다고 나섰는데도 민주당이 가로막고 있다. 법인화가 지지부진한 사이에 2010년 세계 대학평가에서 서울대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이사진의 4분의 1을 개방형 이사로 채우게 함으로써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한 대표적 악법()이다. 17대 국회에서 의석수가 모자라 법 개정을 저지하지 못한 한나라당은 집권하면 당장 재개정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지금 아무런 조치도 없이 임기 절반을 보냈다. 사회적 논란이 큰 이념성 법안도 문제지만 일반 법안조차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있다. 국립대학재정회계법은 기성회계와 국고회계로 분리된 대학의 불합리한 회계 시스템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법인화의 전 단계”라며 막고 있다. 이 나라에서 아직도 단식부기(簿)를 쓰는 곳은 대학밖에 없을 것이다.

부실 사립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대학 문을 닫을 때 잔여재산 일부를 설립자에게 돌려주는 법안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 정부 들어 통과된 법률은 포퓰리즘 논란이 있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정도가 고작이다. 민주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려면 전교조 눈치나 보며 정부에 반대만 하지 말고 교육개혁 입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나라당의 무기력과 무책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할 수 없으면 표결처리가 불가피하지 않은가. 교육개혁 입법도 못하면서 무슨 교육입국()을 입에 올리는지 모르겠다. 교육이 주저앉으면 이 나라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