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자체가 신앙이자, 말씀
1864~1913. 이탈리아 리에티 출생. 수녀.
성녀 아우구스티나 피에트란토니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마태 6,3)는 성경 말씀을 실천한 분입니다.
성녀는 애덕의수녀회(sisters of charity) 수녀로 활동하면서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데 평생을 바쳤습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하느님 사랑을 드러내 '침묵의 모범'으로 칭송받았습니다.
성녀는 농사짓는 부모님 밑에서 11명의 형제자매들 가운데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돕고 동생들을 돌봐야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 사이에서 '선생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학업성적이 뛰어났지만 집안일을 도와야 했기에 학교에 자주 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성녀는 자신의 처지를 불평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며 하루하루 감사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성녀는 25살에 애덕의수녀회에 입회해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성녀는 산토스피리토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소임을 맡았습니다. 당시 이탈리아는 통일 문제로 어수선한 때였고 사회 전반적으로 종교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성녀가 근무하는 병원 역시 모든 병실마다 걸어놓은 십자가를 떼내며 수도자들에게는 하느님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이러한 때에 성녀의 생활은 그 자체가 신앙이고 하느님 말씀이었습니다. 환자들이 성녀를 조롱하고 심한 욕설을 퍼부어도 성녀는 말없이 미소로 응답하며 환자들을 대했습니다. 성녀는 모든 이들이 대하기 꺼려하는 환자들에게도 먼저 다가갔습니다.
성녀는 심한 과로로 결핵에 걸리자 자신의 몸을 추스리기보다는 근무지를 결핵병동으로 옮겨 결핵환자들을 돌볼 정도로 열성적이었습니다.
성녀는 어느 날 병원에서 한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려 숨졌습니다. 성녀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숨을 거두기 전 자신을 찌른 환자를 용서하며 성모께 자신을 맡긴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신을 죽인 이를 기꺼이 용서하고 떠난 성녀는 199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습니다.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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