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너무 소중한 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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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발성 말초신경병을 앓고 있는 안성철(오른쪽)씨가 서근혜 사회복지사에게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 아들도 같은 질환 앓아 간호하느라 부인은 일도 못해 정부 지원금, 다섯 가족 살기에는 부족… 빚도 부담
대구 달서구 상인동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에 안성철(가명, 46)씨가 허리를 수그린 채 홀로 앉아 있다. 다발성 말초신경병을 앓아 손과 발의 근육이 위축돼 축 늘어져 있고, 팔뚝과 허벅지는 앙상하게 뼈만 남아 있다. 물건 하나를 집으려 해도 손가락에 힘이 없어 꺾여 버린다. 지체장애 1급의 중증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안씨는 혼자 화장실을 가는 것은 물론 가족 도움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자식이 손과 발을 쓸 수 없는, 저와 똑같은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식이 오그라든 손가락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저로 인해 세상에 나왔는데…." 안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손가락이 오그라들기 시작하더니 대학에 입학할 무렵에는 2주 이상 열병을 앓았다. 그리고 진단받은 병은 다발성 말초신경병. 그때부터 몸무게 34㎏을 겨우 유지해온 그는 방 안에 갇혀 살다시피 했다. 마음 둘 곳이 없어 여러 종교를 전전하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장애를 가진 남자와 결혼한 아내는 밝고 헌신적이었다. 작은 철학관을 운영하며 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막내 아들이 5살이 됐을 무렵, 안씨는 아들의 팔이 처지는 것을 보고 가슴이 내려 앉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발이 젖혀지고, 고사리 같은 손이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것이었다. 상태가 점점 나빠지던 그는 설상가상으로 자신과 같은 근육병에 걸린 막내 아들을 보며 살아갈 힘을 잃어 버렸다. 병원에서 20살을 넘기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았다. 약을 먹고 죽고 싶었지만 그는 기운을 차렸다. 하지만 그에게 현실은 넘을 수 없는 차가운 벽이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에서 월 100만 원 정도 지원을 받고 있지만, 관리비 20만 원에 약값 20만 원, 대출 이자금 20만 원을 빼고 나면 생활비는 40만 원 정도 밖에 남지 않는다. 한창 성장할 나이의 자녀 세 명과 아내, 다섯 식구가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내는 집에 있는 중증장애인 2명을 간호하느라 생계를 위해 돈을 벌러 나갈 수 있는 상황도 못된다. 더군다나 빚 700만 원과 카드 값이 1000만 원 넘게 쌓여 있다. 설상가상으로 아내는 유방에 혹이 생겨 수술까지 했지만 후유증으로 팔과 어깨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숟가락을 간신히 손바닥에 올려놓고, 흘리면서 엉망으로 먹지만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들인지 모릅니다. 문지방도 넘지 못해 무릎이 고꾸라지는 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매일 아침 옥신각신하면서도 학교에 가는 저 녀석이 있어…." 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상인종합사회복지관 서근혜 사회복지사는 "정부지원금에 의존해 생활하는 상황에 자녀의 고등학교 진학, 대출금 상환, 장기간 지속돼야 하는 재활치료 등으로 경제적 부담이 심각하다"면서 따뜻한 후원을 호소했다. 이지혜 기자 /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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