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추위는 어떻게 견뎌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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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립식 패널집에 혼자 사는 김월선 할머니가 주일미사 참례 후 고마운 이들을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 "우리 집에 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반가워요. 아무도 오는 사람이 없거든요." 녹슨 쇠파이프로 얼기설기 만든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김월선(모니카, 76, 수원교구 퇴촌본당) 할머니는 혼자 사는 집에 오랜만에 사람이 찾아왔다며 반갑게 맞는다. 조립식 패널 집에 사는 김 할머니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주교와 신부, 고마운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게 일상의 전부다. 주일 오전 미사를 봉헌하러 성당에 가는 것과 약국에 가는 것이 김 할머니의 유일한 외출이다. 잘 걷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신자들은 병자영성체를 권했지만, 김 할머니는 "주일에 성당에 안 가면 1주일이 답답하다"며 "신세 지는 게 미안하지만 나를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김 할머니가 이곳에 이사 온 것은 22년 전. 남편과는 젊어서 헤어졌고, 아들은 이사 후 한 번 들른 뒤 연락을 끊었다. 버스도 뜸한 시골의 무허가 블록집을 사서 이사를 온 김 할머니는 3년 전 누전으로 불이 나 모든 것을 잃었다. 불이 난 직후 마을회관에서 잠시 머무른 김 할머니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동네 사람에게서 가슴팍을 세 차례 얻어맞고 뒷걸음질 치다 주저앉으면서 허리뼈가 내려앉았다. 가슴엔 고름이 생겨 수술까지 했지만 사과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사과하라는 소리만 들었다. 그때부터 지팡이를 짚기 시작했고, 아직도 가슴과 허리가 아파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다행히 시에서 지금의 조립식 패널집을 지어주었지만 추운 겨울을 나기가 쉽지 않다. 수입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나오는 32만 원이 전부. 요즘은 날이 추워져 심야전기 보일러를 조금 돌리면 난방비가 20만 원씩 나온다. 한 달에 한 번 약국에 가기 위해선 렌터카를 불러야 하는데 왕복비용 8000원에 약값이 3만3000원이다. 김 할머니가 자신을 위해 유일하게 쓰는 돈은 우윳값 3만 원이 전부다. 밥은 시에서 두 달에 한 포대 나오는 쌀과 복지관 등지에서 가져다주는 반찬으로 해결한다. 주위에서 사회복지시설 입소를 여러 차례 권했지만 김 할머니는 혹시나 아들이 찾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 집을 지키고 있다. 임종섭(요셉) 본당 사회복지분과장은 "김 할머니는 본당 봉사자 도움으로 성당에 오시는 날이면 고마운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항상 껌을 선물해주시곤 한다"며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평화신문 독자들 도움을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