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이제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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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헬레나씨가 1년 6개월째 식물상태로 누워있는 아들의 이마를 쓰다듬어 주고 있다. |
쌀통 바닥난 지 오래… 폐지 주워 국수로 연명 가톨릭이 운영하는 요양원으로 옮기는 게 희망 서울 양천구의 한 요양병원. 박 헬레나(75) 할머니가 식물상태 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아들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얘야, 이제 일어나라…. 이 늙은 아비, 어미가 사는 게 너무 힘들다." 아들은 어머니의 손길을 의식하지 못한 채 팔과 다리에 작은 경련을 일으키며 1년 6개월째 누워만 있다. 할아버지 김 프란치스코(76)씨는 한 숨을 내쉬며 말한다. "우리 어디 가서 편안하게 눈 감자. 이렇게 살아서 뭐하겠어…." 아들 병상에 성수를 뿌리던 박 할머니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아들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주고 요양원을 나온 노 부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폐지를 줍는다. "4~5일 정도 폐지 주우면 7000원 정도 벌 수 있어요. 그걸로 국수 삶아 먹고 라면 끓여 먹어요. 두 늙은이가 먹어봤자 얼마나 먹겠어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뇌출혈로 쓰러진 지 1년이 넘었다. 지난해 봄, 남편이 쓰러졌다는 며느리 전화에 허겁지겁 달려갔지만 아들은 숨이 멎은 채 쓰러져 있었다. 응급차를 불러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소용 없었다.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아들은 그때 쓰러진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누워있다. 청천벽력 같은 아들의 사고로 집안은 무너져 갔다. 며느리는 집을 나가 소식이 두절됐고, 대학생인 손자와 손녀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손자는 학교를 휴학하고 입대했다. 손녀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 학교에 다닌다. 문제는 병원비다. 처음 입원한 종합병원에서는 집과 가까운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했고, 지금까지 3~4차례 병원을 옮겨다녔다. 할아버지 김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지금까지 모아놓은 노후자금을 아들 병원비로 몽땅 가져다 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들이 부모 집을 담보로 빌린 5000만 원까지 떠안았다. 연락하고 지내는 친인척이 없어 손을 벌릴 곳도 없다. 빚은 5000만 원이 넘는다. 손녀 딸과 셋이 살고 있는 집은 현재 박씨 명의로 돼 있어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몇 달 전 집 가까이에 있는 본당에서 쌀 1포대를 지원해줬지만, 쌀통이 바닥난 지 오래다. 폐지를 주워다 근근이 끼니를 때우는 박씨 부부는 아들이 가톨릭이 운영하는 요양원으로 옮기는게 제일 큰 바람이다. 지금 머물고 있는 요양원에서 9개월을 지냈지만, 요양비는 두 달치만 내고 나머지는 못 내고 있다. 요양비는 한 달에 30만 원. 샴푸와 면도기 등 생활용품도 못 사다 줬다. 박씨는 "마음속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아들을 보러 가고 싶지만 요양비가 밀려 자주 갈 수도 없다"며 "두 늙은이가 보고 싶을 때 부담 없이 가서 보고 싶다"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이들은 이제 의지할 곳도 없어졌다. 박씨는 "삶이 너무 허망하다"고 "기도해달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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