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우리 아들 좀 제발 살려주세요

namsarang 2010. 9. 19. 21:51

우리 아들 좀 제발 살려주세요


     림프구성 백혈병 앓는 아들 돌보는 조윤자씨

 
▲ 어머니 조윤자씨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아들 준호를 바라보고 있다.


  "준호야, 엄마 봐봐. 괜찮을 거야…"

 지난 7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박준호(스테파노, 7)군 어머니 조윤자(데레사, 39, 서울 대치3동본당)씨는 얼마 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1차 항암치료를 시작해 약물치료를 받던 중 아들의 사지가 마비되고 눈이 돌아간 것. 조금 후엔 "아프다"는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이었다. 일시적 언어장애였다.

 그는 잠든 아이 곁에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기도했다. '하느님, 우리 아이 살려주세요.' 두 달 넘게 집에 들어가지 못해 녹초가 된 조씨는 간이침대로 옮겨 눈을 붙였다.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힘내! 여보…."

 남편은 서울 시내에 10평 남짓 식당을 차려 생계를 잇고 있다. 2년 전 일식집에서 일하다 실직해 따로 차린 가게다. 많아야 8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비좁다. 네 가족은 보증금 없는 월 37만 원짜리 반지하에서 팍팍하게 살면서도 행복했다.

 준호 몸에 두드러기 증상이 나타난 건 지난 여름이다. 목 뒤에 붉게 혹이 올라와 임파선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아이는 밤마다 숨을 못쉬고 헉헉댔다. 그리고 일주일 후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아이가 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렸다는 검사 결과였다. 림프구성 백혈병은 혈액과 골수 안에 있는 림프구 계통 세포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병원 휴게실에서 조용히 이야기하던 그의 눈에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있나요…. 텔레비전에서 백혈병 걸린 아이들 보며 울었지만 남의 일로만 생각했어요."

 평소 생활고에 허덕이던 조씨는 병원비 걱정에 앞날이 캄캄하다. 첫 달 병원비가 800만 원 가까이 나왔다. 골수검사와 약물치료를 반복하느라 몇백만 원이 한 번에 빠져나갔다. 3년 동안 이 치료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또 아이가 경기를 자주 일으켜 신경과 치료를 함께 받아야 한다. 매달 평균 400만 원을 잡아도 3년이면 1억이 훌쩍 넘는다. 그새 빚이 4000만 원을 넘겼다. 그는 병원에서 아이가 남긴 밥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골수 채취를 위해 굵은 대바늘이 아들의 조그만 엉덩이 뼈 속으로 들어갈 때는 눈을 질끔 감고 만다. 그러나 작은 몸으로 고통을 견뎌내는 아이 모습에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다.

 초등학교 3학년인 큰 딸은 학교 수업을 마치면 이모 집에 머문다. 아버지 일이 끝나는 자정까지 기다리다 집으로 간다. 조씨는 아이가 투병하기 전, 사는 형편이 말이 아님에도 하느님과 멀어지고 싶지 않아 전례 봉사와 자모회 봉사를 열심히 해왔다.

 대치3동본당 사회사목분과장 오미자(마리아)씨는 "데레사씨가 워낙 밝고 봉사도 열심히 해 우리는 이렇게 어려운 상황인 줄 전혀 몰랐다"면서 독자들의 따뜻한 손길을 요청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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