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이런일 저런일

사제의 전문성

namsarang 2010. 12. 9. 22:35

[횡설수설/김순덕]

사제의 전문성

 

 

4대강 사업이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천주교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교회의가 올해 3월 성명을 발표하자 혼란스러워하는 천주교인이 적지 않았다. “4대강 반대 강론 듣기 싫어 성당가기 싫다”는 신자들도 있었다. 원로사제 김계춘 도미니꼬 신부는 평신도 인터넷저널 ‘광야의 소리’에서 “누군가가 순박한 신부들에게 준 자료를 보고 많은 사제가 동의했을 것”이라며 “사제는 믿는 일에 도가 트인 사람들이어서 자신의 지식을 초월한 일에선 잘 속아 넘어간다”고 했다.

▷정진석 추기경이 어제 “주교회의 결정은 4대강 사업이 자연 파괴와 난개발의 위험이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 추기경은 “주교회의 결정은 난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4대강을 개발하도록 노력하라고 촉구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이 주교회의의 체면을 살려주면서도 4대강에 관한 천주교 공식 견해의 방향을 조심스럽게 틀어놓은 것이다.

▷“4대강의 심층적인 문제에 대한 판단은 자연과학자와 토목전문가 등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정 추기경의 발언은 이공계 학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정 추기경은 가톨릭대 신학부에 입학하기 전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다닌 엔지니어 후보생이었다. 부친은 북한에서 공업성 차관을 지냈다. “개발은 파괴와 동격이 아니고 4대강 찬반 주장은 종교 분야가 아니다”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정 추기경은 과거 김수환 추기경보다 사회적 발언을 자제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꼭 필요할 때는 발언에 나서고 있다. 올해 4월에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을 했어야 했다”며 소통의 부족을 지적했다. 작년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여야가 국회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시위 때는 “길거리 정치가 아닌 국회 대의정치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어제 정 추기경이 “나는 내가 전문가가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며 ‘전문가 아닌 전문가’들이 오만 군데 끼어들어 말하는 세태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은 새겨들을 만하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