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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모’된 개성공단 입주 기업, 퇴로를 열어줘라

namsarang 2010. 12. 11. 23:38
[기자의 눈/박승헌]

 

                  ‘볼모’된 개성공단 입주 기업, 퇴로를 열어줘 

 

 

“개성공단은 군사지역을 공업지역으로 바꾸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긴장완화와 평화에 기여할 것이다.”(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2004년 10월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의 대화)

“남한 공격을 위한 주 공격로에 개성공단이 건설된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2004년 12월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 같은 발언은 2004년 10월 크리스토퍼 힐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말을 하자 사업 추진을 옹호하는 논리로 나온 것이다. 경제적 측면과 함께 개성공단 사업 추진 논리의 한 축이 된 것은 바로 이 같은 외교·안보적 효과다. 개성공단이 남북 간 갈등을 줄이는 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겪은 지금, 개성공단은 오히려 안보의 ‘볼모’가 됐다. 개성공단 철수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직접 투자액 7300억 원 등 약 1조36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돼 쉽사리 손을 떼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피해를 보는 건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이다. 입주기업들은 툭하면 발동되는 통행제한 조치로 자재를 대지 못해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납기를 맞추지 못해 대외적인 신뢰에 치명상을 입는 경우도 생겼다. 한 입주업체 대표는 “차라리 끝내버린다는 식으로 깨끗하게 결론이 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털어놨을 정도다. 이임동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국장은 “평소에는 하루 평균 300대가량의 차량이 원·부자재를 싣고 개성으로 올라갔지만 (연평도 사건으로 인한 통행제한 조치로) 지금은 70여 대의 차량만 통행이 허용돼 입주기업들이 서로 먼저 자재를 올려 보내려고 난리”라며 “물류비도 ‘부르는 게 값’이 됐을 정도로 치솟은 상태”라고 말했다.

남북 관계가 냉각될 때마다 매번 입주기업들만 피해를 보는 현재의 방식대로 개성공단을 계속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게 각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개성공단이 정말 평화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외국기업을 유치해 개성공단을 남북의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게 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적절한 보상책을 마련해 입주기업들의 퇴로를 확보해줘야 한다. 신변 위협에 경제적 피해까지 떠안으며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에 놓인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방치한 채 정부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외치는 건 공허해 보인다.

                                                                                                                                                                                  박승헌 산업부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