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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日닮지 않으려면

namsarang 2010. 12. 12. 12:06
[시론/안순권]

 

                            한국경제, 닮지 않으려면

 

 

일본 경제에 요즘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지난 3분기 예상보다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4분기 연속 성장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 밖 성장에도 걱정스러운 게 일본의 현실이다. 3분기까지는 수출 호조와 재정 및 세제 지원 효과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과 엔고()라는 악재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총수요 부족으로 물가하락세가 지속돼 일본은행은 정책금리 인상은 꿈도 못 꾸고 있다. 최근 엔화 강세가 완화되고 있으나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 둔화로 수출에서 돌파구를 열기도 여의치 않다.

일본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 비중(88%)이 한국(56%)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내수 확대 없이는 안정적 성장이 어렵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 소멸 이후 소비침체로 내수가 부진에 빠져 성장률이 급락했다. 여기에는 저출산 고령화, 비정규직 증가 및 양극화, 성장잠재력 하락 등의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 경제의 활력을 약화시킨 이들 요인은 한국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빨리 진행되는 고령화에 대한 대책은 우리 경제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 지속성장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다. 비정규직 증가와 이에 따른 상시적 고용불안 가중, 불안한 국민연금제도 등에 기인하는 노후 불안 등이 소비를 위축시켜 기업의 실적 악화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임금과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중산층이 크게 감소했다. 기업투자 부진에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기술혁신 부진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했다.

일본처럼 미래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상의하달식 기업문화로 대변되는 회사 중심의 사회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벤처기업의 생성을 어렵게 하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고용불안으로 꿈을 잃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 세대는 한국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내수 활성화의 한계에 부닥쳐 제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성장모델을 고수하고 미래형 산업으로의 전환에서 뒤지고 있는 점은 일본 모델을 답습해온 우리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공업화시대의 획일적인 사고에 입각한 조직문화와 후진적 교육으로 창의적인 제품이 부족한 것은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 충격을 통해 한일 양국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창업과 관련된 규제가 많고, 경쟁력을 상실한 한계기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 신생기업의 생성과 발전을 저해하는 것도 양국이 빼닮았다.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일본의 침체를 닮지 않으려면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한 재정건전성 확보가 절실하다. 재정을 건실하게 운영해야 외부충격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위기대응능력을 높이고 재정의 내수보완 역할을 유지할 수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고용안정성이 양립하는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을 도입하여 비정규직 및 청년실업 문제를 개선하고 양극화를 완화하여 젊은이들에게 꿈을 주어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미래에의 불안을 줄여주며, 규제완화를 통해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함으로써 내수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일본보다 내수시장이 훨씬 좁은 상황에서 내수기반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유럽연합(EU), 미국 등 세계 3대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이어 중국, 일본과의 FTA 협상을 추진해 안정적 수출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FTA 허브로 새로운 경제 도약의 날개를 달고 미래성장 산업으로의 전환과 성숙된 비즈니스모델 창출 능력 강화 및 경제사회시스템 선진화에 성공할 경우 일본 경제를 추월하는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