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
2010년 12월 24일 금요일
野, 국가분열적 정치로 國益그만 해치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그제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서 비롯된 한반도 긴장 상황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당 특위 차원의 대표단을 미국 중국 러시아에 파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간 직접 대화에 민주당이 나설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 대표의 발언이 나오기 하루 전에 민주당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사회당 등 야당과 함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 우리 군이 연평도에서 포사격 훈련을 강행한 것을 강력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는 눈을 감은 채 우리 군의 사격훈련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제1야당에까지 스며든 종북주의 친북주의가 심각한 중증(重症)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이런 DNA를 가진 민주당이 정부를 제치고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을 직접 상대한다면 대한민국을 자해(自害)하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리는 추론한다. 자칫하면 김정일 정권을 비호하는 중국에 이용만 당해 대한민국 외교에 씻을 수 없는 화(禍)를 초래할 우려마저 있다.
서해 사격훈련은 1974년 이후 36년간 통상적으로 지속돼왔다. 더구나 이달 20일 실시된 사격훈련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문에 중단됐던 것을 마무리한 것이다. 그런데도 손 대표는 “예산 날치기로 떠나간 민심을 전쟁 분위기로 덮으려는 것”이라고 멋대로 해석했다. 우리 영토를 포격해 민간인까지 숨지게 한 시민 학살의 범죄 집단을 앞에 놓고 주권수호 차원의 당연한 방어훈련에 대해서까지 음모론을 펴는 꼴이다. 정쟁병(政爭病)이 얼마나 깊으면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달린 안보 사안까지 이런 식으로 왜곡하는가.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대표가 민주당에 대해 “(상대방이) 평화를 깨는 무력행위를 했을 때 ‘다시는 하지 말아 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며 기다리는 게 평화란 말이냐”라고 일갈한 것은 전적으로 옳다.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는 국민의 공포심을 자극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깡패 정권 앞에 굴종하도록 밀어 넣는 국익훼손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집권 경험까지 있는 공당(公黨)이 안보 위기를 맞아 김정일 정권의 대변인이나 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민주당이 이런 반(反)국민적, 국가분열적 정치를 보여주며 선거에서 표를 얻고 집권하기를 바란다면 국민 수준을 무시하는 일이다.
야당이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기 위한 일념으로 김정일 정권에 힘을 실어주는 정치 행태를 보인다면 그런 정당은 대한민국을 위한 정당인지, 북한을 위한 정당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