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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죄인’ 김일성 찬양 구경만 하는 불감증 사회

namsarang 2011. 4. 15. 23:05

[동아일보 사설]

2011년 4월 14일 목요일

‘민족 죄인’ 김일성 찬양 구경만 하는 불감증 사회

 

 

북한에서 ‘태양절’이라고 부르는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앞두고 김일성을 ‘민족의 걸출한 영수’ ‘위대한 만민의 어버이’ 등으로 찬양하는 글이 인터넷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 친북(親北)을 표방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글이 최근 국내 포털사이트에 대거 올라오고 있다. 김일성한테서 권력을 세습받아 북한을 철권통치하고 있는 김정일과 그 추종세력이 김일성을 ‘민족의 태양’ 운운하는 것부터 가당치 않다. 김일성 미화를 넘어 우상화가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감독 당국은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일성은 소련의 스탈린, 중국의 마오쩌둥과 공모해 6·25전쟁을 일으켜 수백만 민족을 희생시키고 우리 강토를 폐허로 만든 전쟁 범죄자다. 시대의 흐름을 거꾸로 돌려 민족의 땅 한반도 북녘을 전제(專制) 세습왕조이자 병영(兵營) 체제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반도를 일본 후쿠시마 원전보다 더 위협적인 방사성 물질로 뒤덮을 수 있는 핵무기 개발도 김일성이 시작했다. 세계가 자유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는데 2400만 북한 주민은 자유와 민주의 햇볕을 누리기는커녕 아사(餓死)와 강제수용소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체제 실패의 최고 책임자 김일성을 두고 ‘민족의 태양’이라니 무슨 잠꼬대인가.

‘쌀밥에 고깃국을 먹여주고 기와집에 살게 해 주겠다’던 김일성의 유훈과 달리 많은 북한 주민은 올봄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고 있다. 북한 정부 초청으로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비정부기구 머시 코어(Mercy Corps)의 데이비드 오스틴 씨는 그제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 NRP에서 “세 살짜리 아이가 먹을 게 없어 풀이나 잔가지를 먹는데 아이의 위가 그걸 흡수하지 못했다”며 “다른 세 살 여자아이는 몸무게가 6∼7kg밖에 나가지 않았고 우리의 방문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슴이 미어지는 얘기다. 남한 3세 여아의 평균체중은 15kg이다.

이념을 떠나 중요한 것이 주민의 삶이다. 북한 경제는 김일성 말기에 파탄 상태에 직면해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그 아들 김정일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지원으로 연명했으나 핵무기 개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으로 곤경을 자초해 힘든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 유엔은 최근 약 600만 명의 북한 주민이 굶어 죽을 위기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지옥을 만든 민족 대역죄인을 ‘민족의 걸출한 영수’라 부르며 ‘주석님의 탄신을 축하하고 주석님의 명복을 기원한다’는 글을 인터넷에 퍼뜨리는 자들은 누구인가. 북한의 사이버부대인가, 국내의 종북(從北)주의자인가, 철부지 누리꾼인가. 단순히 ‘표현의 자유’로 보아 넘기기에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불순한 공작이라면 뿌리를 뽑아야 한다. 장난이라도 이런 장난을 해선 안 된다. 이 나라 지도층, 지식인, 교사 등은 아이들에게 북한을 잘못 가르친 공동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각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