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2주일- 토마 사도가 불안했던 이유는

namsarang 2011. 4. 30. 23:54

[생활 속의 복음]

부활 제2주일- 토마 사도가 불안했던 이유는

                                                                                                                                                                박용식 신부(원주교구 횡성본당 주임)

   신부가 된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돌이켜보면 '나 같은 사람'이 사제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은총이요 기적입니다.
 

'나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특별히 못 났다든가 사제로서 어떤 결격사유가 있다든가 큰 죄를 지은 나쁜 죄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것은 제 성격과 가치관이 사제는커녕 평범한 신자로서 신앙생활을 하는데도 적절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면 저는 무엇이든지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는 믿지 않습니다. 이치와 논리에 맞지 않고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것을 믿기는커녕 좀처럼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눈으로 직접 봐야 믿고, 귀로 직접 들어야 인정하고, 몸으로 직접 체험하지 않고는 받아들이지도 않고 믿지도 않는 성격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내가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 믿어도 보통 믿는 것이 아니라 목숨 바치고 일생을 바쳐 믿는 사제로 살고 있으니 은총일 뿐 아니라 기적이라고까지 표현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토마 사도가 바로 저와 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 같습니다. 토마 사도는 아무리 전능하신 하느님의 힘을 가진 예수님 일이라도 자신이 직접 보고 체험한 것이 아니면 믿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이 죽으신 후 부활하셔서 제자들에게 처음 나타나실 때 토마 사도는 그 자리에 없었기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부활을 믿지 않았습니다. 예수님 부활을 직접 보고 체험한 동료 사도들이 예수님을 보았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자기 손으로 예수님의 상처를 만져보기 전에는 절대로 믿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며칠 후에 예수님은 토마 사도에게 나타나서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하고 두 손으로 못 자국 상처를 확실히 만져보게 하십니다. 그제야 비로소 토마 사도는 고집을 꺾고 예수 부활을 믿는다고 고백합니다.


 이어 예수님은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하고 말씀하십니다.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믿지도 않은 토마의 마음에는 의심만 있을 뿐 평화와 행복이 없었습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씀을 들은 이후 토마 사도는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도 의심없이 믿음으로써 평화를 얻습니다. 사실 다른 제자들도 주님 부활을 믿기 전에는 불안했지만 의심을 버리고 확실히 믿고부터는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의심하는 사람에게는 평화가 없습니다. 사람의 일상생활은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믿음 없이는 잠시도 살아 갈 수 없습니다. 만일 지붕이 갑자기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다면 자리에 편안히 앉아 있을 수 없고, 엄마가 해준 밥에 독약이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면 편하게 먹을 수 없습니다. 비행기 안전을 믿는 사람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 마음이 편안하지만, 안전을 믿지 못해 추락할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사람은 비행기를 탈 수도 없고 타면서도 불안할 것입니다. 의심이 많은 사람은 현관문을 잠근 후에도 두 번 세 번씩 확인하기 전에는 편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무엇인가를 믿으면 편하지만 믿지 못하면 불안합니다. 믿는 자에게는 평화가 있지만 믿지 못하는 자에게는 평화가 없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믿음이 없어 하느님을 잘 믿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평화가 없습니다. 주님의 가르침을 믿지 못해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주님이 주시는 은총을 누리지 못합니다. 기도하면 들어주신다는 주님 말씀을 믿지 못해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주님이 주시는 기도의 응답을 받을 수 없습니다. 용서해야 평화가 온다는 주님 말씀을 믿지 못해 용서하지 않는 사람은 주님이 주시는 평화를 누리지 못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확실한 믿음은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주님 말씀이 비록 지금 당장 이해되지 않더라도, 지금은 손해를 보는 것 같더라도, 지금 당장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하느님은 평화를 주십니다.


 그러므로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에게 주님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십니다. 보지 않고도 믿음으로써 주님의 평화를 누리십시오. 의심 없는 믿음으로써 부활의 은총을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