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소주일 복음 말씀은 예수님과 사람을 목자와 양에 비유합니다. 목자는 양을 먹여 주고 늑대에게서 보호해 주고, 밤에는 우리에 넣어 밤새도록 지켜줍니다. 목자는 양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양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 존재입니다.
양은 무기가 없는 동물입니다. 다른 동물들은 침입하는 적에 대항하는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무기가 없으면 도망치거나 숨는 재주라도 있습니다. 호랑이와 독수리는 강한 무기를 갖고 있고, 토끼나 다람쥐는 숨거나 도망치는 재주가 있습니다. 느림보 거북이도 딱딱한 껍질의 보호막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에게는 적에게 대항할만한 무기도, 자신을 보호하는 방패도, 도망치거나 숨는 재주도 없습니다. 오히려 털이 꼬불꼬불해서 나무에 걸리면 잡히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양은 보호자가 절대로 필요합니다.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위해 목자가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두고 온 산천을 찾아다니는 이유는 그 양을 구하지 않으면 제 혼자 힘으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양은 목자 없이 혼자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신자들은 양이고 예수님은 목자입니다. 양에게 무기가 없듯이 신앙과 구원에 있어서 신자들에게는 무기가 없습니다. 신자들은 목자인 예수님이 보호해 주지 않으면 언제 늑대에게 물려갈지, 언제 낭떠러지에 떨어질지 모를 정도로 약합니다. 그래서 목자이신 예수님이 부활 승천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당신을 대신해 양들을 돌볼 목자를 뽑으셨습니다. 그 목자들이 바로 오늘의 사제들입니다. 예수님 시대 목자는 예수님 자신이셨지만 지금 시대 목자는 예수님이 뽑으신 사제들입니다. 양에게 목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듯이 지금 시대 신자들에겐 사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1986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성소주일 담화에서 "예수께서는 사제들 없이는 교회를 원치 않으셨다. 사제들이 없다면 예수님이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즉 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성찬과 그분의 용서가 없다는 것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신자는 사제 없이 신앙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사제가 세례성사를 줘야 죄를 용서받고 하느님 자녀가 됩니다. 사제가 세례성사를 줌으로써 신자를 하느님 자녀로 태어나게 했기에 사제를 '아버지'(father, 神父)라고 부릅니다. 아버지 없이 자녀가 태어날 수도, 양육될 수도 없는 것처럼 사람들은 사제 없이 신자가 되기도 어렵고, 신자생활을 하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그리고 세례성사로써 모든 죄가 용서됐어도 살아가면서 또 죄를 지으면 다시 용서받아야 되는데 이때도 사제가 있어야 고해성사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사제가 있어야 미사를 드릴 수 있고, 미사 때 축성된 예수님 몸을 받아 모실 수 있습니다. 이 밖에 하느님 은총을 받는 모든 성사생활은 오로지 사제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사제가 없으면 신자들은 제대로 신앙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사제를 통해 하느님 자녀가 되고, 하느님 은총을 받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사제를 통해 구원을 받습니다. 사제 없이 하느님 자녀가 돼 구원받기란 아주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양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신 예수님처럼 그 대리자인 사제들은 신자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야 합니다. 그리고 신자들은 사제가 있기에 신앙생활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워해야 합니다. 또 자녀들이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아버지에게 효도해야 하듯이 신자들은 영적 생명을 낳아주고 길러주는 사제들에게 영적으로 효도해야합니다. 인간적 단점이 있다고 해서 부모의 공로가 없어지지 않듯이, 인간적 단점이 있다고 해서 영적 아버지인 사제의 공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성소주일을 맞아 신자들은 진심어린 마음으로 사제를 아버지로 공경하고 사랑하며 존경하도록 힘쓰십시오. 사제의 인간적 약점에서 오는 작은 실수를 탓하고 비난하기보다 사랑으로 덮어주고 감싸주십시오. 또한 말과 행동으로 사제의 사목활동에 적극 협조하십시오. 사제를 당신 대리자로 뽑으신 주님께서 틀림없이 은총으로 보상하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