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식 신부(원주교구 횡성본당 주임)
역도선수 장미란의 힘은 정말로 대단합니다. 옛적에는 쌀 한가마니를 들면 힘센 장사라고 했는데 연약한 여자일 것 같은 장 선수가 거의 쌀 두가마니 무게를 번쩍 들었으니 가히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장사라고 칭찬을 합니다.
그러나 정말로 인간의 한계를 넘은 것은 아닙니다. 쌀 열가마니를 들지는 못했으니까요. 인간의 한계를 훌쩍 뛰어 넘어 초인적 힘을 발휘한 사람은 삼손입니다. 삼손은 인간의 힘이 아니라 성령의 힘으로 초능력을 발휘한 것이고 장미란 선수는 단지 인간의 힘을 최대한 발휘했을 뿐입니다.
정신적으로 인간의 힘을 뛰어 넘는 초인적 힘을 발휘한 사람이 있습니다. 1992년 10월 20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세상을 비관한 한 젊은이가 차를 몰고 여의도 광장을 마구 내달려 두 명을 죽이고 20명에게 중경상을 입혔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차량 질주 사건으로 손자를 잃은 할머니가 범인을 용서해주고 양자로 까지 삼았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가해자를 미워할 법한 할머니가 교도소로 찾아가 가히 신적인 사랑을 베풀었습니다. 원수에게 그토록 큰 용서와 사랑을 실천하다니 인간의 힘이 아닙니다. 초인적 힘, 즉 하느님의 힘이요 성령의 힘입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성령의 힘으로 가능했던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살이에는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아주 많습니다. 때로는 모든 것을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처럼 자신만만하지만 일이 뜻대로 안 될 때 무능함을 느껴 자신이 비참해집니다. 남편도 아내도 자신의 배로 난 자식들도 도대체 마음대로 안 됩니다. 인간관계뿐 아니라 사업도 건강도 우정도 사랑도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게 없습니다.
이런 사소한 세상일도 인간의 힘만으로 안 되는데 어떻게 하느님의 뜻을 인간의 힘만으로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나라에 가는 구원을 어떻게 인간의 힘만으로 얻을 수 있겠습니까? 돈이 제일 좋아 보이는데, 돈보다는 하느님을 더 소중히 여기라는 예수님 가르침을 인간의 힘만으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은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을 미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용서해주고 그들을 위해서 기도까지 해주시면서 우리에게도 똑같이 하라고 하시는데 도대체 보통 인간의 힘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늘에 오르시면서 도우미, 즉 협조자를 보내주시기로 약속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
그리하여 예수님 승천 이후 예수님께서 보내주신 성령을 받은 사람들은 놀라운 힘, 초인적인 힘, 바로 성령의 힘으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리스도교 최초 순교자 스테파노는 돌에 맞아 죽으면서도 자기를 죽이는 사람들을 용서해 달라며 그 죄조차 묻지 말아달라고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사도 7,60). 인간의 경지와 한계를 뛰어 넘은 이런 일이 성령의 도우심으로 가능했던 것입니다. "스테파노는 성령이 충만하였다"(사도 7,55).
성령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 주님께 바쳤습니다. 한국 순교자 유대철 베드로의 영웅적 행위는 인간의 힘이 아닌 성령의 힘이었습니다. 고문자는 13살밖에 안 된 그의 허벅지 살점을 떼 내면서 "이래도 아직 천주교를 버리지 않겠느냐?"하고 소리치니까 성인은 당당히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요. 이것쯤으로 배교할 줄 아세요."
옛날뿐 아니라 지금도 인간의 힘만으로 불가능한 일들을 성령의 힘으로 해내면서 행복하게 사는 신앙인들이 꽤 있습니다. 성령이 충만한 사람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초인적인 삶, 은총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도움의 성령을 우리에게도 보내 주시겠다고 오늘 복음에서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령께 도움을 청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해와 사랑이 모자라 괴로우면서도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할 때 성령께 도움을 청하십시오. 남보다 더 가졌는데도 행복하지 못할 때, 아니 더 행복해지고 싶을 때,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할 때 성령께 도움을 청하십시오. 틀림없이 인간의 힘을 뛰어넘는 성령의 힘을 얻어 세상에서는 누릴 수 없는 은총과 평화와 구원을 체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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