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

그 놋숟가락(최두석)

namsarang 2011. 5. 9. 23:10

 

 

그 놋숟가락

 

                                                                                                                            - 최두석 -

 

 

그 놋숟가락 잊을 수 없네
귀한 손님이 오면 내놓던
짚수세미로 기왓가루 문질러 닦아
얼굴도 얼비치던 놋숟가락


사촌누님 시집가기 전 마지막 생일날
갓 벙근 꽃봉오리 같던
단짝친구들 부르고
내가 좋아하던 금례 누님도 왔지


그때 나는 초등학교 졸업반
누님들과 함께 뒷산에 올라
굽이굽이 오솔길 안내하던 나에게
날다람쥐 같다는 칭찬도 했지


이어서 저녁 먹는 시간
나는 상에 숟가락 젓가락을 놓으며
금례 누님 자리의 숟가락을
몰래 얼른 입속에 넣고는 놓았네


그녀의 이마처럼 웃음소리 환하던
부잣집 맏며느리감이라던 금례 누님이
그 숟가락으로 스스럼없이 밥 먹는 것
나는 숨막히게 지켜보았네


지금은 기억의 곳간에 숨겨두고
가끔씩 꺼내보는 놋숟가락
짚수세미로 그리움과 죄의식 문질러 닦아
눈썹의 새치도 비추어보는 놋숟가락.


최두석

1955년 전남 담양에서 출생하여 서울대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80년 '심상'에 '김통정', '옷나무' 등이 추천되어 등단했으며 첫시집 '대꽃'(1984년) 이후

서사시집 '임진강'(1986년), '성에꽃'(1990)을 간행하였다. 오월시 동인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강릉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출처 - http://cafe.daum.net/tennishanmaum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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