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복합 부위 통증증후군으로 고통받는 김진관씨

namsarang 2011. 5. 29. 18:15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복합 부위 통증증후군으로 고통받는 김진관씨

"건강 회복되면 도움 되는 사람으로" 

 

▲ 김진관씨는 진통제가 없으면 한 시간도 견딜 수 없다. 혼자 걸을 수도 없어 침대를 떠나면 언제나 휠체어를 타야 한다. 사진은 어머니와 함께 산책하는 김씨 모습.


 김진관(39)씨는 지난해부터 단 하루도 잠을 푹 자본 적이 없다. 대못으로 살을 후벼 파는 듯한 고통 때문에 하룻밤에도 몇 번씩 잠에서 깨어난다. 19일, 경기 수원 성빈센트병원에서 만난 김씨는 "오늘 벌써 진통제를 세 번 맞았다"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김씨의 병명은 이름도 생소한 '복합부위 통증증후군 제Ⅱ형'. 특정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는 희귀병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못했지만 건강 하나만큼은 남부럽지 않았던 김씨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건 2009년 말. 기침이 끊이지 않고 가슴이 답답해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원인을 찾지 못했고 김씨의 고통은 계속됐다.
 
 고통을 참다못해 정밀검사를 받으러 병원을 찾은 날, 김씨는 진료 순서를 기다리다 병원 로비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응급실이었다. 대동맥류(대동맥이 부풀어 오르는 증상)라는 병이었다. 응급조치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을 당할 뻔 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1월,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수술 후 다리와 가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지긋지긋한 통증이 시작됐다. 피부에 옷이 스치기만 해도 비명이 나왔다. 입ㆍ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고 수술도 했지만 증세는 점점 악화됐다. 돈을 벌기 위해 고통을 참고 일을 하려 했으나 두 달 전부터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졌다.
 
 결국 지난달 초 다시 입원을 했다. 하루 5~6번씩 진통제를 맞으며 고통을 참고 있다. 종합병원은 장기 입원을 할 수 없어 이달 말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그런데 돈이 다 떨어졌다. 게다가 돌아갈 집도 없다.
 
 어머니와 형이 두 명 있지만 김씨는 혼자나 마찬가지다.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았던 김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두 형이 하는 농산물 유통사업을 도왔다. "나중에 다 챙겨줄게"라는 형들 말만 굳게 믿고, 월급도 받지 않고 하루 16시간을 일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일했는데 사업이 부도가 났다.
 
 형들은 그 후 연락이 닿지 않는다. 어찌된 일인지 부도로 인한 빚은 월급 한 푼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김씨에게 떠넘겨졌다. 가스 배달, 택시 운전, 막노동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먹을 거 안 먹고, 입을 거 안 입고 집도 없이 친구 집을 전전하며 살았다.
 
 부지런히 일해 빚도 거의 다 해결하고, 여자친구도 생기면서 이제 '행복'이라는 것을 겨우 알게 됐을 때 다시 큰 시련이 닥친 것이다. 여자친구는 떠나갔다. 나을 수 있다는 희망도 시간이 갈수록 사라져갔다. 세상을 등질 생각도 많이 했다. 기초생활수급권자인 김씨 어머니는 한숨만 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씨는 "없이 살았지만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이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이렇게 손을 내밀게 됐다"면서 "훗날 건강이 회복되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울먹였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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