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정비 시급한 아프리카 남수단 아강그리알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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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단 룸벡교구에서 한만삼 신부와 함께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표창연(수원교구, 망치든 이) 신부가 수단 아이들과 같이 움푹 패인 웅덩이를 메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아휴, 또 빠졌네."
그렇게 조심하고 조심했는데 차가 또 물구덩이에 빠져버렸다. 갑자기 쏟아진 장대비 속에서 비포장 길을 조심스레 달리던 차는 곧 요동을 치기 시작했고 결국 커다란 물구덩이에 처박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한만삼(수원교구) 신부 입에서는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저녁 8시, 이미 해는 져서 어둑어둑해졌고 우산도 없었다. 결국 한 신부는 사제관까지 1시간 남짓 캄캄한 밤길을 비를 흠뻑 맞고 걸어와야 했다. 다음날 마을 주민까지 20여 명이 함께 물을 퍼내고 나무를 잘라 구덩이를 메운 다음에야 차를 겨우 빼낼 수 있었다.
아프리카 남수단 룸벡교구(Rumbek) 아강그리알은 수원교구 사제들이 3년 전부터 현지인들과 함께 살며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다. 22년 내전 동안 피난지였던 이곳은 국도에서 숲 속으로 20㎞를 더 들어와야 한다. 말 그대로 오지 중의 오지다.
모든 도로가 비포장이라 운전이 쉽지 않다. 특히 국도에서 선교지로 들어오는, 차로 한 시간 가량 걸리는 숲길은 우기(5~10월)가 되면 허구한 날 습지로 변해 차바퀴가 웅덩이에 빠져 사제들을 난감하게 만든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민들 요청에 정부는 도로를 고쳐주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북수단으로부터 독립을 앞두고 이권싸움에만 매달리느라 언제쯤 도로 보수에 나설지 기약이 없다.
사제들은 어쩌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수단 아이들과 함께 맨손으로 길 보수에 나서지만 장비가 없어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는다. 길 정비에 필요한 돌을 차로 40분 가량 걸리는 강가에서 실어온 뒤 곡괭이와 망치 등을 이용해 일일이 손으로 깨서 여기저기 움푹 움푹 파인 웅덩이를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1000명이 넘는 학생이 다니는 콤보니초등학교와 한센병, 결핵환자들이 주로 입원해 있는 보건소, 가난한 신자들이 신앙을 지켜가는 아강그리알본당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은 우기가 되면 차량 진입이 힘든 상황이다. 세계식량기구(WFP)의 지원조차 받을 수 없으니 굶주림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 신부가 길을 보수하는데 필요한 굴삭기 가격을 알아봤더니, 무려 10만 달러(1억 1000여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꼭 필요하지만 비싼 가격에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곳저곳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워낙 가격이 비싸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곳이 없다. 그저 비가 올 때마다 "하느님, 오늘은 (바퀴가) 빠지지 않게 해주세요"하고 기도를 바치는 게 이들이 할 수 있는 전부다.
한 신부는 "공소에 미사를 드리러 가던 중 차가 웅덩이에 빠져 진흙투성이인 채로 공소 대신 나무 밑에서 미사를 봉헌한 적도 있다"면서 "지금처럼 손으로만 작업하면 수십 명이 몇 달 동안 일해도 2㎞도 정비하기 힘들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신부는 "굴삭기 한 대만 있다면 길 보수뿐 아니라 다른 토목공사도 한결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평화신문 독자들에게 간곡하게 도움을 청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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