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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박기원 감독 "성적보다 과정이 중요"(인터뷰)

namsarang 2011. 6. 8. 20:07

 

남자배구 박기원 감독 "성적보다 과정이 중요"(인터뷰)

 

 

 

[마이데일리 = 인천 김용우 기자] "이런 성적을 낼지 예상못했다"

남자배구대표팀 박기원 감독이 재평가받고 있다. 쿠바를 상대로 27년 만에 승리를 거둔 이후 프랑스와의 홈 2연전을 모두 잡아낸 것.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선수와 감독 생활을 한 박기원 감독은 스피드 배구를 잘 이해하는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지만 한국무대서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 1995년 남자배구는 월드리그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예선 라운드서 6승 6패를 기록해 결승 라운드로 올라간 것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때는 예선 라운드를 아시아 팀과 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재 남자대표팀은 3승 1패(승점 9)을 기록해 월드리그 예선 D조에서 이탈리아(4승, 승점 11)에 이어 조2위를 달리고 있다. 한 배구인은 "월드리그서 승점 9점은 최초일 것이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대표팀은 11일과 12일 인천에서 이탈리아와 2연전을 치른다. 박기원 감독을 인천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하현용(상무신협)이 군인세계선수권대회 출전으로 빠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6일) 부대로 복귀했다. 윤봉우(현대캐피탈)와 하경민(KEPCO45)이 들어갈 것이다. 주전? 아직 정하지 않았다. 잘하면 주전이지 뭐(웃음)"

- 4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 체력적인 부분이 우려되고 있는데

"사실 교체선수도 없고 대체방안도 없다. 이대로 가야 한다.(박기원 감독은 5일 프랑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월드리그를 대비하기 위해선 1달 이상 체력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3주 만에 긴급으로 만든 팀이다"

 

 

박기원 감독의 별명은 '미스터 마지코(Mr Magico)'다. 이탈리아어로 마법사라는 뜻이다. 이탈리아 리그에서 감독 시절 하위팀을 상위권으로 올려놓은 박 감독에게 붙어진 별명이다. 박 감독의 마법은 이란 대표팀까지 이어졌다.

박 감독은 "프로 시절 내가 생각한 빠른 배구를 추구하는데 실패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세터 한선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키포인트는 한선수다. 내가 추구하는 배구 스타일을 이해해줘서 다행이다"고 했다.

- 빠른 배구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팀이 있는지

"브라질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고 조직적인 배구를 한다. 볼이 뜨면 코트 안에 있는 6명이 어떻게 할지 잘 알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훈련장에 대표팀이 오면 코트가 3개 정도 나온다. 감독이 트레이너 4명을 대동한다. 각 코트마다 서브 리시브, 세터와 센터의 콤비네이션 플레이 등을 연습한다. 훈련 장소를 잘 지어놨다. 수영장 등 없는 것이 없다. 투자를 많이 했다"

- 빠른 배구를 하려면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인가

"세터가 잡지 않는 2단 볼, 서브 등 다 바꿔야 한다. 지금은 시작일 뿐이다. 유럽에서는 8년 전부터했다. 고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연습량도 많아야 한다. 기간이 짧다. 선수들이 휴가 때는 운동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순간적인 순발력을 키우는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한다"

- 지금의 성적에 만족하는지

"배구는 상대적인 운동이다. 작년 성적과 비교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얼마만큼 바꾸었느냐가 중요하다"

- 취임 당시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이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그런게 겁나면 대표팀을 그만해야 한다. 기대를 너무하면 안된다. 과정이 중요하다. 성적은 아무 것도 아니다. 폴란드로 가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참고로 월드리그 결선 라운드가 폴란드에서 개최된다)"

- 이런 성적을 기대했는지

"기대하지 못했다. 아무 것도 없는 팀을 갖고 이렇게 할지 예상하지 못했다. 쿠바와의 첫 경기서 이기면서 선수들의 기세가 올라왔다. 쿠바도 우리가 느린 배구를 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웃음)"

- 바라는 것이 있다면

"투자가 돼야 한다. 프로팀보다 열악하다. 철저하게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를 해야 배구의 인기도 올라간다. 그러면 투자한 사람들도 이자를 쳐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박기원 감독]

 

인천 = 김용우 기자 hiljus@mydail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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