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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攻守 교대극 5년

namsarang 2011. 6. 14. 23:42

[오늘과 내일/권순택]

‘반값 등록금’ 攻守 교대극 5년

 

 

반값 등록금을 둘러싼 싸움은 우리 정치의 수준을 보여준다. 민주당은 그제 내년 1학기부터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정부 때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값 등록금을 반대했던 정당의 발표라 믿어도 될지 모르겠다.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면 여당 때 왜 안했던가.

한나라당은 지금 반값 등록금에 발목이 잡혀 있지만 2006년 지방선거 공약으로 처음 들고 나온 정책이니 자업자득이다. 당시 박근혜 대표는 모 대학 특강에서 “전체 등록금 중 3조 원 정도를 장학금으로 대치하고 나머지 일부를 다른 방안에서 찾으면 등록금을 반액으로 줄일 수 있다”고 쉽게 말했다. 이주호 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당시 한나라당 ‘교육비 부담 반으로 줄이기’ TF팀장이었다.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은 반값 아파트와 반값 등록금 공약으로 ‘서민 편’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재미를 봤다. 2006년 12월 반값 등록금 관련 5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2007년 2월 강재섭 당시 대표가 노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반값 등록금에 대한 적극 협조를 요청했을 정도로 한나라당은 열성적이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반값 등록금 회담을 요청한 건 ‘노-강 회담’의 공수(攻守) 교대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공약은 2008년 총선 이후 실종됐다가 최근에야 부활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9월 9일 국민과의 대화 때 “내 자신은 반값 등록금 공약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등록금절반인하위원회는 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은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산하였으니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을 주장했을 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했다. 한명숙 당시 총리는 “재정 부담상 현실적으로 어렵고 사회정의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국회에서 답변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 때인 2009년 7월 “등록금 반값제나 후불제는 모두 재정 부담 때문에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지난 정부 때는 “선심용 공약으로 표를 구걸하는 데 혈안이 돼 있는 한나라당 수준이 한심할 뿐”이라며 반값 등록금을 비판한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민주당과 민노당 공약은 모두 등록금 상한제와 후불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요구들은 이명박 정부가 후불제나 마찬가지인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를 도입해 모두 실현됐다. 그러나 민주당 민노당의 구호는 어느새 한나라당이 야당 때 주장했던 반값 등록금으로 바뀌었다. 책임 안 지는 야당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민주당 정권 10년 동안 등록금은 국공립대가 103%, 사립대가 72.4% 올랐다. 현 정부 4년 동안의 국공립대 13.7%, 사립대 11.6%와 비교하면 민주당 정권 때 연평균 인상률이 국공립대는 3배, 사립대는 2.5배나 더 오른 것이다. ‘대학등록금 1000만 원 시대’란 말도 실은 2006년 처음 나왔다.

등록금 문제가 대학가 단골 이슈가 된 지 10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한 건 역대 정부와 정치권의 공동 책임이다. 여당이 야당 때 정책을 여당이 돼서 모른 척하는 것이나, 야당이 여당 때 반대했던 정책을 정부에 무조건 강요하는 건 낯 두꺼운 행태다. 반값 등록금의 나머지 반값을 저들 정치인이 대줄 리는 없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