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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성추행 두 달간 방치한 도교육청, 학생은 끝내…

namsarang 2011. 6. 16. 23:34

[기자의 눈/이형주]

교장 성추행 두 달간 방치한 도교육청, 학생은 끝내…

 

 

 

여제자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전남 함평지역의 모 고교 A 교장에 대한 관할 교육당국과 해당 학교의 어이없는 대응이 물의를 빚고 있다.

▶본보 15일자 A16면  성폭력 피해…

관할 전남도교육청이 이 사건을 경찰로부터 통보받은 것은 두 달 전인 4월 중순. 당시 함평경찰서는 ‘A 교장이 제자인 여고생 B 양을 관사에서 여덟 차례 성추행한 혐의가 포착돼 수사를 시작한다’는 내용의 수사 개시 통보문을 전남도교육청 감사담당관실로 보냈다.

관할 교육당국이 경찰 수사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하지만 도교육청 감사담당관실은 이를 통보받고도 “아직 수사 중”이라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A 교장은 학교에 계속 출근했다. 성추행 혐의자와 피해자가 한 건물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 셈이다.

올해 1월 중순 가출했던 B 양을 경찰은 4월 12일경 찾아 귀가시켰지만 당일 밤 A 교장에게서 여덟 번째 성추행을 당했다. 성추행을 한 교장과 마주치는 이런 상황을 참기 어려웠는지 B 양은 지난달 초 등교도 하지 않고 또다시 가출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단지 ‘B 양의 수업일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퇴학을 고지했다. B 양이 전체 수업일수 204일 중 3분의 1을 넘는 70일간 결석했다는 이유였다. B 양 아버지는 어떻게든 퇴학은 면해 보려 지난달 말 자퇴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B 양의 결석과 가출의 원인에 A 교장의 성추행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경찰이 이번 성추행 사건을 조사하게 된 계기가 가출이 잦았던 B 양을 찾아 이유를 묻는 과정에서 “A 교장이 하는 짓이 싫어서”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양은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A 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지역 교육계의 한 인사는 “교장으로부터 1년이나 성추행을 당한 여고생이 과연 학교에 갈 마음이 생기겠느냐”며 “기계적으로 결석일수만 따져 퇴학 통고를 한 학교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남도교육청은 본보 보도가 나가자 그제야 이날 오전 직원들을 해당 학교에 급파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또 A 교장을 16일 직위해제하고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파면 조치하기로 했다.

도교육청이 이 사실을 안 뒤 적극적으로 B 양을 보호했다면 어땠을까. 이미 벌어진 성추행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B 양이 학교를 포기하고 가출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B 양이 이런 어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괜히 미안해진다.―함평에서

                                                                                                                                                                               이형주 사회부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