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앓고 있는 박미정씨

namsarang 2011. 8. 14. 18:31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앓고 있는 박미정씨

"아이들이 꿈도 펴지 못하고…"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는 박미정(왼쪽)씨에게 서울 마장동본당 빈첸시오회 이종생(가운데) 회장이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남편 폭력에 못 견뎌 자녀 데리고 여성보호 쉼터로 피신
극심한 우울증과 갑상선 종양 겹쳐, 보증금 구하느라 빚


공원에 있는 공중화장실이 박미정(가명, 데레사, 50)씨 모녀에게는 피난처였다.

 박씨는 술 취한 아버지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맞고 있는 첫째 딸 진아(가명, 25)씨를 데리고 나왔다. 늦은 밤, 갈 곳이라고 공원 화장실 밖에 없었다.

 차디찬 화장실 구석 바닥에 몸을 뉘인 모녀는 밤새 부둥켜안고 울었다. 하수구 냄새가 코를 찌르고 사람들 시선이 따가웠지만 집보다는 한결 편했다. 화장실이 여의치 않아 공원 벤치에서 밤을 새운 적도 부지기수다. 남편은 새벽녘에야 곯아 떨어졌다. 그러면 막내아들 진수(가명, 23)씨가 엄마와 누나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어요. 술만 마시면 가재도구를 부수며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때문에 너무나 고통스러웠어요. 온몸에 멍이 들고, 팔다리가 부러진 적도 수차례예요."

 박씨는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을 대신해 노점상을 하며 가정을 꾸려왔다. 남편에게 매를 맞아도 세 남매에게 '아버지 없는 아이'라는 낙인을 찍어주기 싫어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남편은 나아지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폭력이 심해졌다. 결국 2008년 아이들을 데리고 여성보호쉼터로 도망치듯 피신했다.

 박씨는 "계속 참고 있다가는 아이들과 내가 죽을 것만 같았다"며 "이혼하면 아이들에게 남편 몫까지 두 배로 잘해 줄 결심을 하고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내 눈물을 쏟았다.

 박씨는 쉼터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세상으로 나왔지만 몸과 마음이 망가질대로 망가져 버린 후였다. 허드렛일도 할 수 없을 만큼 쇠약해져 있었다. 극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병원을 찾은 박씨에게 의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진단을 내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상선에 악성종양까지 생겨 이달 말께 수술을 받아야 한다.

 박씨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 연년생인 세 남매가 아르바이트로 벌어오는 돈이 유일한 벌이다.

 "제 몸 아픈 건 둘째더라고요. 아이들이 공부를 제대로 못하는 게 가장 마음 아파요. 가장 예쁘고 젊은 나이에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첫째 딸 진아씨는 집에 생활비를 보태려고 낮에는 회사에 나가 일을 하고, 밤에 야간대학에 다닌다. 두 아들 진호(가명, 24)ㆍ진수씨도 원하는 학과 진학을 포기하고 방송통신대학에서 공부하며 아르바이트를 한다. 세 남매를 바라보는 박씨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게다가 반지하방 월세 보증금을 마련하느라 알음알음 빌린 돈이 2000만 원이 넘는다. 내년 3월에는 방을 비워줘야 하는 형편이다.

 서울 마장동본당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이종생(필립보) 회장은 "계속되는 악재로 희망을 잃은 박씨가 힘을 낼 수 있도록 평화신문 독자들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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