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폭우에 콘테이너 집 잃은 김기태씨

namsarang 2011. 9. 10. 22:36

[사랑이피어나는곳에]

폭우에 콘테이너 집 잃은 김기태씨

   홀로 버려진 것 같아

▲ 김기태(오른쪽 두번째)씨와 시기동본당 권이복(맨 오른쪽) 주임신부가 컨테이너가 있던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족 친척 없이 홀로 살아
두 차례 교통사고 일 못해
한 달째 마을회관서 지내
예비신자 교리 받고 있어


   "하느님은 왜 저처럼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을 살려주셨나 모르겠어요."

 "세상에 홀로 버려진 것만 같다"며 눈시울을 붉힌 김기태(51, 예비신자)씨는 8월 9일 태풍 무이파가 전북 정읍시를 휩쓴 순간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기동본당 권이복 주임신부는 "이 사람아,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니까 자넬 지켜주신거지!"하며 김씨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정읍시 역대 일일 강수량 최고치인 420㎜를 기록한 날, 산 중턱 철제 콘테이너에서 홀로 살던 김씨는 생사를 달리할 뻔했다.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김씨의 10평 남짓한 콘테이너가 불어난 계곡물에 쓸려내려간 것이다.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께 컨테이너가 흔들렸어요. 굳게 닫힌 문을 겨우 열고 뛰쳐나왔는데 5분만 늦었더라면 아마도 저는…."

 가족도 친척도, 세상에 어떤 피붙이도 없는 그는 4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집을 나가 재혼한 어머니와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태풍 무이파는 유일한 안식처인 그의 컨테이너마저 앗아갔다. 옷이며 가재도구는 남은 게 하나도 없다. 그는 한 달 가까이 마을회관에서 지내고 있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소량의 구호물품으로 겨우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초생활수급권자인 그는 매달 정부보조금 40여만 원으로 근근히 생활하고 있지만, 교통사고를 두 차례 당한 뒤부터는 일을 할 수 없어 온전한 생활이 어려운 지경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인근 중소기업에서 일을 했지만, 회사 눈치만 보다가 스스로 사직서를 쓰고 나왔다.

 "저도 일을 하고 싶죠. 하지만 사고 이후로 10분 이상 한 자세로 앉아있기도 힘듭니다. 밤에는 허리가 아파 깨기 일쑤인데 회관에서 지내면서 어르신들 눈치도 보이고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산사태는 산꼭대기에 설치된 정수장이 불어나 일어났다. 불어난 계곡물과 벌목 후 방치된 나무들이 그대로 쓸려내려오면서 사고를 키웠다.

 허리와 위가 좋지 않아 매달 복용하는 약만 해도 수십 봉지지만,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느라 병세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도와줘 입에 풀칠을 하지만 주변에 폐만 끼치고 있는 것 같아 죄송할 뿐이라는 말만 되뇐다.

 권 신부는 예비신자교리를 받고 있는 김씨에게 "생일이 5월이니까 노동자 성요셉을 세례명으로 하고 성인을 본받아 열심히 살자"며 고개숙인 김씨를 위로했다.

성금계좌(예금주: 평화방송)
국민은행 004-25-0021-108
우리은행 454-000383-13-102
농협은행 001-01-306122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