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이들 생각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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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1만원짜리 낡은 집 살아 수술은 엄두도 못내 남편 간호하고 세 자녀 돌보던 부인 교통사고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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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배(왼쪽)씨가 아들과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
"가위바위보! 야호! 내가 이겼다. 만세!"
경북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 박성배(요셉, 51, 송현동본당)씨 집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다 7살 막내 아들에게 진 아빠가 이마에 꿀밤을 맞고 멍한 표정을 짓자, 이를 지켜본 가족들이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가장인 박씨도 따라 웃지만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17년 전부터 앓아온 간경화로 통증이 심해지면서 가족들 웃음소리를 듣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에도 몇 번씩 한없이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간을 이식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그건 수술이 잘됐을 때 얘기예요. (수술해도) 몇 년 못사는 사람 많이 봤어요. 우리 집 형편에 수천만 원 드는 수술비도 없고요. 저는 괜찮은데, 우리 아이들만 생각하면…."
박씨에게는 아내와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딸, 중학생 딸 그리고 막내 아들까지 세 자녀가 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더 살지 장담을 못한다. 간경화 증세에 차도가 있으려면 입원해서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그동안 거의 치료를 받지 못했다. 매일 먹는 약과 한 달에 한 번 수혈이 그의 목숨을 이어주고 있다.
그는 보증금도 없는 월세 1만 원짜리 집에 산다. 논으로 둘러싸인 그의 집은 지은 지 족히 70년은 돼 보이는 낡은 슬레이트집이다. 사실상 폐가나 다름없다. 기초생활수급권자인 그는 자녀가 많아 월 100만 원을 받고 있지만 자녀 교육비와 식비, 각종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금세 바닥이 난다. 반찬 살 돈도 모자라 인근 안동시종합사회복지관(관장 남정홍 신부)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가져다주는 밑반찬으로 끼니를 때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는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누워 있어야 할 몸을 이끌고 농사일에 나선다. 쉽게 피로감을 느껴 힘든 일은 하지 못한다. 그의 사정을 잘 아는 지인이 조그만 논을 빌려줘 건강 관리 겸 농사일을 하고 있다. 건강한 이에겐 손쉬운 일이라도 그에겐 무리일 때가 많다. 얼마 전에는 일하다 쓰러지는 바람에 구급차에 실려간 적도 있다.
아내 조숙진(마리나, 47)씨는 남편을 간호하고 아이들을 돌보느라 일을 할 수가 없다. 조씨는 몇 년 전 집 근처에서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정강이뼈에 철심을 박는 대수술 끝에 회복된 터라 일할만한 몸 상태도 아니다. 걷는 것조차 힘겹다.
집안의 유일한 희망은 큰딸 선미(가명, 소피아, 고1)양이 자신의 꿈인 미용사가 되는 것을 도와주는 것뿐이다. 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게 아버지 마음이라지만, 건강과 가정 형편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 늘 미안하다.
안동시종합사회복지관 김은혜 사회복지사는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박씨가 건강을 회복해 가정에 웃음꽃이 피어났으면 좋겠다"며 평화신문 독자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청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