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간암 말기 어머니 홀로 돌보는 김성희씨

namsarang 2011. 11. 13. 12:21

 

간암 말기 어머니 홀로 돌보는 김성희씨

"엄마 목소리 다시 듣고픈데..."

▲ "엄마, 한 번만 눈을 떠줘." 김성희씨가 어머니 김순자씨의 이마에 손을 얹고 바라보고 있다.


   "엄마가 제 이름을 다시 한 번 불러주는 게 소원이에요."


 강원도 원주시 한 병원 중환자실. 김성희(21)씨가 호흡기에 의존해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어머니 김순자(막달레나, 55)씨 손을 잡고 애처롭게 바라본다.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두 달 째 의식이 없는 어머니 김씨는 온몸에 황달이 오고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의사는 며칠 전 희망이 없다며 작은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했다.


 김씨는 "병원을 옮기면 엄마를 포기하는 것 같아 그럴 수 없다"며 "혼수상태의 엄마가 한 달 전 잠깐 정신을 차리고 나를 바라본 눈빛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모녀의 마지막 대화는 너무나 짧았다. 자신을 알아보겠느냐는 딸의 울음 섞인 질문에 엄마는 "너무 예쁜 우리…"라는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


 중환자실 면회시간이 끝나자 김씨가 일터로 발걸음을 돌린다. 어머니 간호를 위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고 있다. 택배포장이건 물품판매건 일거리가 나오는대로 일을 한다. 병원비만 1000만 원 넘게 밀렸지만 김씨가 하루 손에 쥐는 돈은 채 3만 원이 되지 않는다.


 김씨에게도 가족이 있었다. 아버지와 여섯 살 터울의 언니다. 김씨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게 다행"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술에 취하면 가족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엄마를 감싸주던 언니도 희생자다. 아버지가 휘두른 망치에 엄마는 갈비뼈까지 부러졌다. 엄마는 4살 난 김씨를 등에 업고 도망치듯 집을 나와야 했다.


 어머니 김씨는 어린 두 딸을 데리고 날품팔이를 했다.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일할 수 있는 날이 적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어머니 김씨의 건강이 날로 악화됐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 선정되면서 모처럼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작은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버지가 휘두른 폭력의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언니는 대인기피증과 정신분열에 시달렸다. 김씨가 성인이 되자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자격이 박탈되고, 어머니 김씨는 간암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설상가상으로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언니는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다.


 모든 상황이 절박한 김씨에게 남은 소망이라곤 단 한 번만이라도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김씨는 "그동안 엄마에게 잘못한 일이 너무 많아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해야 한다"며 참았던 눈물을 떠뜨렸다.


 원주교구 사회복지회 산하 원주지역자활센터장 이상중(이사악)씨는 "한창 꿈 많은 나이의 청년이 감당하기 힘든 짐을 짊어지고 있다"며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김씨를 위해 많은 기도와 도움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성금계좌(예금주: 평화방송)
국민은행 004-25-0021-108
우리은행 454-000383-13-102
농협은행 001-01-306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