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수술비 없어 간 이식 못하는 장영호(안드레아)씨

namsarang 2012. 1. 8. 22:27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수술비 없어 간 이식 못하는 장영호(안드레아)씨

"가족들 때문에 포기할 수 없어"

▲ 인천교구 논현동본당 사회복지분과장 허정수(가운데)씨가 말기 간암으로 투병 중인 장영호씨를 찾아 격려하고 있다.


    참으로 얄궂은 운명이다. 고통의 가시관 같은 질병이 형제들 모두에게 재앙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다섯 형제 중 넷이 모두 간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어요. 이제 하나 남은 제 목숨마저 거둬가지는 않으시겠지요?"


 6년째 간암이라는 고통스러운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장영호(안드레아, 57, 인천교구 논현동본당)씨는 간이식 수술을 앞두고 마음이 천근만근 무겁다. 6차례에 걸친 항암치료에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이제는 간이식만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선뜻 자신의 간을 이식해 주겠다고 나선 외아들(27)이 대견하지만 5000만 원이 넘는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하다.


 그가 청천벽력 같은 간암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2005년. 위로 세 명의 형과 막내 동생을 간암으로 잃은 장씨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한 덕분에 비교적 조기에 암을 발견했으나 수차례 항암치료에도 암세포는 죽지 않고 끊임없이 자라났다.


 남부럽지 않게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던 장씨가 고단한 삶으로 빠져든 것도 순식간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년 전 사업에 실패한 후 빚을 갚느라 살던 집도 하루아침에 경매로 넘어갔다. 처가 도움으로 월세 16만8000원짜리 임대 아파트를 얻어 길거리에 나앉는 신세는 면했으나 당장 살 길이 막막했다.


 아내가 남편 병간호에 도움이 될까 싶어 취득한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유일한 생계수단이 됐다. 그때부터 아내는 간병인을 하며 생활비와 남편 병원비를 벌어야 했다. 장씨도 닥치는 대로 일하며 살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전혀 일을 할 수 없다. 조그만 회사 인턴으로 일하는 아들 월급을 합해도 생활비와 매달 100만 원이 넘는 약값을 감당하기도 벅차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와 장애인단체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던 장씨였다. 처음 사업에 실패할 당시만 해도 재기를 꿈꾸며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지금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어느 날은 그냥 길바닥에 쓰러져 있던 때도 있었지요."


 당장 이식수술이 시급하지만 수술비가 없어 수술대에 오르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러는 사이에 안타까운 시간만 흐르고 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다. 혈액형이 달라도 간을 이식할 수 있는 새로운 이식치료법이 개발됐고,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아 이식 후 건강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일단 수술 보증금 4500만 원을 병원에 예치해야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데, 제 처지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와요. 기증자인 아들 수술비(1000여만 원)도 따로 내야 한데요. 가족에게 부담주기 싫어 수술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어떻게든 저를 살리려고 애쓰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겠지요."


 아내는 "남편이 아무리 힘들어도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를 기도한다"며 남편 손을 꼭 잡아줬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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