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중증 장애아들 둔 강길원ㆍ이명숙씨 부부

namsarang 2012. 5. 27. 19:24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중증 장애아들 둔 강길원ㆍ이명숙씨 부부

 

    맞춤형 휠체어로 작은 편안함이라도…

▲ 강길원·이명숙씨 부부가 큰 아들 형욱씨를 안고 있다. 부부는 사랑하는 아들과 주변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기를 기도한다.

서울 한남동의 한 반지하 집. 몸무게 20㎏가량의 어린 아이 체구를 한 강형욱(굿벨또, 27)씨가 소파에 누운 채 눈으로 기자를 맞았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그는 강길원(베드로, 61)ㆍ이명숙(아기 예수의 데레사, 60)씨 부부의 큰아들이다.

 형욱씨는 중증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부부는 꼬박 아들 곁을 지키며 밥도 먹이고 기저귀도 갈아준다. 발작을 일으키지 않는지도 살펴야 한다. 부부가 한시도 집을 비울 수 없는 이유다.

 남편 강씨는 한쪽 방에서 수선 일을 한다. 아내 이씨는 꼭두새벽 집을 나가 청소용역 일을 한다. "아빠, 엄마, 아멘" 등 짧은 표현만 가능한 형욱씨는 평화방송TV를 시청하다가 기도 소리가 흘러나오면 어렴풋이 따라 한다. 평생 누워서만 지내다 보니 척추와 장기가 한쪽으로 쏠렸다. 깡마른 형욱씨가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부부는 쉼없이 주무른다.

 강씨는 "얼마 전 형욱이는 감기와 폐렴, 발작이 겹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며 "최근에는 상태가 호전돼 가끔 미소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동생 이야기가 나오자 형욱씨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늘나라로 먼저 간 동생과의 추억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형욱씨를 꼭 닮았던 동생은 형과 같은 장애를 가졌다. 형제는 서로를 무척 좋아했다. 동생은 늘 누워 있는 형에게 달려가 볼을 비비며 형제애를 나눴다. 하지만 형보다 건강한 줄 알았던 동생은 14살 때 발작이 심해져 주님 곁으로 먼저 떠났다.

 부인 이씨는 "형욱이가 그때 동생이 곁에 없다는 걸 알았는지 온종일 눈물을 흘렸다"면서 "하지만 우리 부부는 하느님께서 더 열심히 살라고 행하신 일이라 여기고 밝게 살려고 애써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 하나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부부는 의상실을 접었다. 손님이 줄면서 집과 의상실 전세 대출금 갚기가 여의찮았기 때문이다. 현재 집에서 하는 수선 일로는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벅차다. 집 전세 대출금을 갚고, 형욱씨 약값을 대려면 늘 빠듯하다. 그래서 여태 형욱씨 몸에 맞는 맞춤형 휠체어 하나 장만하지 못했다.

 이씨는 "형욱이 몸에 꼭 맞는 맞춤형 휠체어라도 있다면 조금이라도 편한 자세로 식사도 하고, 집 밖으로 나가 미사에 참례하는 것도 훨씬 수월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강씨는 "아들보다 딱 일주일만 더 살았으면 싶습니다. 지금 힘겹게 살지만, 나중엔 형욱이보다 더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고 갈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후견인 : 한남동본당 사회사목분과위원장 민혜경(도로테아)

 강길원ㆍ이명숙씨 부부는 어려움 속에서도 아들과 함께 미사에 꼭 참례하고, 본당 봉사활동도 함께하면서 주변을 챙기는 따뜻한 분들입니다. 평화신문 독자 여러분의 도움으로 아들 몸에 맞는 휠체어를 타고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가족 나들이에 나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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